박정희 유신 정권에서 '오적' 필화사건으로 탄압 받은 김지하(71) 시인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공개 지지하고 나서자 문단과 진보 지식인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 시인은 지난 5일 케이블TV 인터뷰에서 박 후보 지지를 표명한 데 이어 "여자가 세상일 하는 시대가 왔다"(26일 보수단체 시국강연) "전 세계적으로도 여성들의 여러 가지 인센티브가 올라가고 있고 그런 것이 어떤 우주적인 변화와 연결돼서 새 시대를 열어야 된다"(28일 라디오 인터뷰)며 거듭 지지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6일 트위터에서 '김지하, 누가 누구를 지지하든, 간섭할 수 없는 개인의 권리겠죠. 다만, 삶의 일관성이라는 존재미학의 관점에서 볼 때, 기어이 말년을 지저분하게 장식하는 것같아 안타깝군요. 인생은 수열이거늘..저 공식은 대체 뭐지?'라고 비판했다. 그는 '김지하에 대한 저의 평가는 도덕적인 것이 아니라 미학적인 것입니다. 지식인은 무엇보다 고독을 견딜 줄 알아야 합니다'고 덧붙였다.
소설가 최인석씨는 김 시인의 박 후보 지지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9일 트위터에 '김지하 시인의 빠꾸네지지 선언은 혹시 풍자가 아닐까'라는 글을 올렸다. 조국 서울대 교수 역시 20일 트위터에서 '김지하, 박근혜지지 확인하며, "나는 박근혜는 모른다. 그러나 자기 부모가 총을 맞아 죽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하고 다를 것." 김지하를 지운다. 그의 시는 간직한다'라며 시대를 대변했던 시인의 표변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문단의 한 중진은 "삶을 견디는 게 예술가인데 오래 고립돼 있고 그런 삶을 살다 보니까 바뀐 것 같다"며 "정신이 좀 나간 것 같다. 말을 꺼내 놓으면 끝이 없다. 한번 말 시키면 4시간씩 혼자 말하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며 그를 동정했다. 고종석씨도 27일 트위터에 '김지하의 박근혜 지지, 박근혜한테 아무 도움도 안 된다. 변절자 타령 좀 그만해라. 김지하 변절 안 했다. 그냥 그때 그때 입에서 나오는 말 하시는 분이다. 마음이 좀 아프시기도 하구'라는 글을 올렸다.
문학평론가 이명원씨는 김 시인이 보수 언론에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는 칼럼을 쓴 "1991년부터 문제적 발언을 해 온 분"이라며 "자신이 잊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후배 세대와의 소원한 관계에 따른 돌발적 행동이라 추측하기 때문에 대다수 작가들은 이번 지지를 일종의 해프닝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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