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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상보기] 어른의 떡밥을 무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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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상보기] 어른의 떡밥을 무는 아이들

입력
2012.11.2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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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세 김 부장, 은밀하게 찾아간 강남서… 경악', '23세 선예 결혼 왜 이렇게 서두르나 했더니 인기 걸그룹, 임신중절수술 발각 충격', '고교생 친누나 동영상 발견, 알고 보니.' 한 포털사이트 일면에 있는 뉴스의 주요 제목들이다. 하나같이 선정적이고 속물적인 단어들로 채워진 이 주요제목들은 성인 인증을 거치지 않은 상태로 사이트에 접속하면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자극적인 말들은 사실 기사내용과는 상관조차 없다. 클릭을 유도하는 낚시가 곧 돈이 된 지금의 운영방침이 낳은 결과이다. 사실 이 같은 현상은 사회적 경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인쇄활자보다 모니터가 익숙한 현재의 젊은 세대들 때문에 신문 구독률이 20%대로 떨어지고 자사 사이트 유입률이 광고로 직결되는 상황이 생겼고, 언론과 포털의 비정상적인 구조가 나타났다. 이런 구조의 피해자는 마우스를 잡고 있는 대중이고 그중에서도 최대 피해자는 청소년들이다.

이런 분위기가 인터넷에 퍼지는 것을 간과하면서 흔히 단속이라고 하는 청소년 유해매체 판정으로만 청소년을 선도하려고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성행위가 담긴 매체나 폭력적인 것들만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믿는 사람이 담당 공직자 외에 누가 있을까? 이런 분위기에서 청소년들 사이에 정치성향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 문화가 번지고 있다. 흔히 웃음의 코드로 이용되는 것들인데 인터넷 공간속에서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 타자와 자신의 정신 상태를 동일시하기 위한 키워드로 많이 쓰인다. 은행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근처 중학교에서 하교를 하는 학생들을 만났다. 버스에 오른 아이들은 하나같이 자리를 잡자마자 자신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농담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학창시절과 비슷하게 아이들은 유머 코드를 서로 공유하며 편을 가르며 놀았다. 등하교를 하는 버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었지만 대화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쓴 용어들은 요즘 인터넷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단어들이다. 요즘 인터넷 용어들 중 심각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대략 나열하면 '슨상님-김대중 대통령, 수꼴-보수성향 비하, 설라디언-서울에 살고 있는 전라도사람, 원조가카-박정희 대통령, 노운지-노무현 대통령, 등등이다. 일종의 컨셉 유머로 분류되는 것들인데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은 사회에서 절대로 입 밖에 낼 수 없는 내용들이다. 문제는 이것이 흔히 퍼져있는 유행어라는 것이다. 요즘 대부분의 문화가 내용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전략으로 퍼지고 있고 거기에 길들여진 청소년들은 이런 문화들을 가감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이들은 전 대통령의 사진이 흉측하게 변형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정치적 성향과는 상관없이 지역갈등을 그대로 받아들여져 홍팍이라는 유행어가 생겨났다. 또 이런 문화들은 패러디로 계속 확대 재생산이 되고 있다. 이런 문화를 보고 범법 행위를 비슷하게 따라하는 일부 청소년들도 있다. 문제는 특정 사이트가 아니다. 이런 상황을 만든 문화의 문제다. 인터넷의 몸집이 불고 이를 정치 선동 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몇몇 단체들이 이런 풍토를 더욱 키워나가고 있다.

문화를 만드는 사람은 만들어내는 문화의 전파대상을 확실히 규정해서 자신들이 만드는 문화의 악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여야하는 책임을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서도 검열되지 않은 문화가 퍼지고 있다.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랬듯 문화의 악영향을 모두 막을 수는 없다. 최소한 성향이 결정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번지는 일은 막아야한다. 어른들의 유희는 어른들 안에서 끝나야하고 어른들의 정치성향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한다.

천정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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