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자민당 총재가 경제회생을 위해 무제한 금융완화가 필요하다는 자신의 주장에 반대하는 경제계 인사들에게 인신공격에 가까운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붓고 있다. 내달 16일 총선을 앞두고 강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재는 27일 도쿄 강연회에서 요네쿠라 히로마사(米倉弘昌) 게이단렌(經團連) 회장에게 "일본은행은 지금도 국채를 매입하고 있다"며 "공부 좀 하라"고 무안을 주었다. 아베 총재가 주장하는 일본은행의 건설국채 매입과 대규모 금융완화론에 대해 요네쿠라 회장이 전날 "일본 국채의 신용 문제로 발전할 수 있으며 세계 각국이 금지하는 무모한 발상"이라고 비판한 데 대한 것이다.
자민당이 과거 여당 시절부터 일본 경제인 모임인 게이단렌과 밀월관계를 유지해온 터라 아베 총재의 발언은 도를 넘어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재는 이를 의식한 듯 "선거를 앞두고 요네쿠라와 싸울 생각은 없지만 잘못된 인식은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재는 무제한 금융완화를 반대하는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일본은행 총재에게도 공격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아베 총재는 최근 TV에서 "경제학의 대가인 하마다 고이치 예일대 교수로부터 내가 주장하는 무제한 금융완화론이 옳다는 내용의 팩스를 받았다"며 "그는 시라카와 총재의 스승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마다 교수는 아시아에도 단일통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학자로 평소 일본은행의 소극적 금융정책을 비판해왔다.
스승의 발언을 의식한 듯 시라카와 총재는 "강력한 금융완화책이 엔고 추세 진정에 일조했다"고 한발 물러서면서도 "엔화가 추가적으로 강세를 띌 경우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최근 아베 총재가 자신이 제시한 경제정책에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자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해 자신을 지지하는 경제학자의 힘을 빌어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strong>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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