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윈도 베이커리(개인 빵집)의 빵을 한꺼번에 집에서 받아볼 수는 없을까. 프랜차이즈 빵집의 홍수 속에서 장인이 직접 구운 빵집을 찾아가고 싶지만 시간상 또 거리상 여유가 없어 포기했던 경험에서 착안한 서비스가 있다. 서울 곳곳의 장인의 빵을 주문 당일 배달해주는 큐레이션 커머스인 '헤이브레드'다.
큐레이션 커머스는 미술관 큐레이터가 작품전시를 기획하듯, 쇼핑몰 전문 매니저와 전문가들이 직접 제품을 엄선하고, 이 중 고객이 고르게 하는 전자상거래 서비스. 공동구매로 할인 판매하는 소셜커머스나 매월 일정 금액에 해당하는 제품을 배달하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와는 또 다른 형태다. 이미 해외에서는 팹닷컴을 비롯 신발, 안경 등에서 활발하지만 국내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헤이브레드는 한 고교생과 대학생, 그리고 우리나라 소셜커머스의 대가가 의기투합해 탄생했다. 시작은 지난 4월 이재웅 다음 커뮤니케이션 창업자, 장병규 블루홀 이사회 의장 등이 설립한 벤처창업 지원프로그램인'프라이머'에서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의 주역인 유민주씨와 앱(응용 소프트웨어)개발자인 김필권(18·경남 통영고 3)군의 만남에서부터다. 카이스트와 미국 미시건대에서 전자공학, 금융공학을 전공한 유씨는 윈도 베이커리 빵 배달 아이디어를 냈고, 앱 개발에 관심이 있던 김군이 합세하며 아이디어 구체화 작업에 돌입한 것.
이후 유민주씨의 카이스트 교내 동아리 '아이시스츠-카이스트(ICISTS-KAIST)' 후배인 유원상(20·카이스트 화학과 3)씨가 아이디어에 반해 사업화를 제안하며 합류, 대표를 맡았다. 이후 카이스트에 재학중인 개발자 2명, 야후 본사 사용자 경험(UX)기반 디자이너가 가세했다.
고교생 김 군의 역할을 대단했다. 때론 개발자로, 때론 기획자로, 때론 디자이너로 역할을 넘나들며 서비스를 만들어갔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가져온 김 군은 올해 모교 재학생의 급식내용을 알려주는 앱 '통고밥상'을 만들었고, 이어 뇌의 기억주기를 활용한 단어암기 앱 '단어외워VOCA'를 개발하며 2012년 대한민국 앱 아이디어 대회에서 청소년부 대상을 수상했다. 김 군은 "앱을 만드는 것에 흥미를 느꼈는데 사업화하면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는 방학이 빨리 와 헤이브레드의 모바일 앱 개발에 전념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업화의 성패는 역시 영업에 달렸다. 큐레이션 커머스를 위해선 이곳 저곳 다니며 맛 좋은 빵집을 골라야 하고, 셰프(빵집 주인)들을 설득도 해야 했다. 이 작업은 유원상 대표의 몫이었다. 유 대표는 "많은 셰프들은 자신들이 만든 빵이 배달 과정에서 맛이 달라질 수도 있고 무엇보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직접 오지 않겠느냐며 처음엔 참가를 거절했다"며 "하지만 당일 배송인 점을 강조하고, 빵을 먹고 싶어도 1~2시간 걸려 방문해야 하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끝까지 설득했다"고 전했다. 이젠 참여한 셰프들이 또 다른 빵집들을 추천해줄 정도로 만족도도 높다고 한다.
현재 헤이브레드에 입점한 곳은 베이커스필드, 롤링핀, 이츠크리스피, 피터팬제과, 브레드피트 등 5곳의 빵집과 수제 잼 전문 브랜드 제나나 등. 올 연말까지 엄선한 빵집을 10개까지 늘려나갈 예정이다. 오전 11시까지 주문을 받은 후 각 빵집으로부터 빵을 모아 물류센터에 전달하면 당일 배송업체가 저녁 6시 이후 각 가정으로 배달하는 방식이다.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 당일 매진되는 빵이 속속 생겨날 정도다.
유 대표는 "고객들은 집에서 장인의 빵을 편하게 받을 수 있고 빵집도 온라인에서 판매함으로써 또 다른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제품, 생과일 주스 등 믿고 먹을 수 있는 신선 식품만을 엄선하여 판매, 주문 당일 배달하는 식품 전문 큐레이션 커머스로 발전하겠다"고 전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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