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대출 때 고객이 근저당권 설정비용을 부담한 건 부당하므로 금융사는 해당 비용을 반환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그제 알려진 인천지법 이창경 판사의 판결이 주목되는 건 은행권을 상대로 같은 취지의 판결을 구하는 대규모 집단소송에 대한 판결이 다음달 6일부터 잇달아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등이 주도하고 있는 복수의 소송엔 대출고객 5만명 이상이 참여했으며, 소송이 확산될 경우 반환 요구액은 최소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지법 사건은 고객 이모(85)씨가 경기 부천시의 한 신용협동조합을 상대로 "2008년 9월 대출 당시 부담한 근저당권 설정 비용과 이자 등 70여만원을 돌려 달라"고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이다. 이 판사는 "근저당권 설정 계약에 적용한 약관은 금융기관이 대출 거래에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 기관이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고객에게 전가시키는 등 불공정하다"며 "불공정 약관은 무효"라고 설명했다. 약관이 무효라면 비용은 금융사가 부담해야 한다며 근저당권 설정 비용 반환 판결을 내린 것이다.
현재 유사 집단소송에서 핵심 쟁점은 첫째, 비용 관련 약관의 효력 인정 여부 둘째, 설정비용 부담 주체 셋째, 반환 소송 제기가 가능한지와 소멸시효 등이다. 이번 판결에서는 이 중 첫째와 둘째 쟁점에 대해 불공정 약관은 무효라는 점과 설정비용 부담 주체는 금융사라는 점을 명확히 한 셈이다.
금융사에선 보통 담보대출 고객이 설정비를 부담하면 대출금리를 내려주는 식으로 선택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인천지법 사건에서 해당 신협은 고객에게 비용을 물리면서도 금리를 내려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등에선 그 점을 지적하며 인천지법 사례는 현재 진행중인 집단소송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선 선택권과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고객에게 비용을 떠넘기는 기존의 관행에 분개하고 있다. 집단소송에 대한 합리적 판단은 향후 법원의 몫이지만, 금융사들은 이번 판결을 고객 서비스 개선의 소중한 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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