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가져 파문을 일으킨 서울동부지검 전모(30) 검사에 대해 27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검찰이 전 검사에 대해 같은 혐의로 청구했던 구속영장을 "범죄 성립 여부에 상당한 의문이 있다"며 기각했다.
감찰본부는 "피조사자와의 성관계에 대한 뇌물죄 처벌 판례가 다수 있고,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의 충격과 비난에 비춰 법원의 영장 기각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녹취록 등의 증거를 보강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고 밝혔다.
감찰본부는 전 검사와 피의자 A씨의 성관계 당시 대화 내용 등이 담긴 녹취록을 분석한 결과 전 검사가 서울동부지검 검사실에서 A씨의 절도사건 합의에 도움을 주려고 했고, 성관계를 한 모텔에서는 사건 처리와 관련된 직접적인 대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A씨 측은 검사실과 전 검사의 승용차, 모텔에서 나눈 대화를 녹음한 휴대폰과 MP3 파일 6개 분량의 녹취록을 지난 24일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보강 제출된 녹취록 등 증거를 통해 전 검사의 성관계가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있다고 충분히 입증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감찰본부는 '검찰이 전 검사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하기 위해 무리하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검찰이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한 것을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뇌물수수 혐의가 아니라 '위계에 의한 간음'이나 '검사의 직권 남용'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감찰본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형식상 가장 가까운 법리는 위계에 의한 간음이 될 수 있지만 이는 친고죄여서 당사자들이 합의를 한 경우에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법원의 영장 기각 이후 하루 만에 영장을 재청구하는 등 추가 증거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며 재기각을 예상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법원 측은 "향후 또 영장이 기각될 경우 책임을 법원에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이날 성명을 내고 "사건이 발생한 장소와 상황 등으로 비춰볼 때 당연히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A씨 측 정철승 변호사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성폭행 피해자인 A씨를 뇌물공여자로 만들어놨다"며 "피해자를 가해자의 공범으로 만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정 변호사는 "피해자의 사진이 출처 불명의 곳으로부터 유출돼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유포되고 있다"며 "최초 유출자를 수사기관에서 색출해 줄 것을 요구하며, 유포에 가담하는 네티즌들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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