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시된 부산외대 총학생회 선거 과정에서 개표 직전 투표함이 바뀌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범인은 놀랍게도 총학생회장과 부학생회장 이었다. 이들은 함께 활동해온 집행부 출신 학생을 당선 시키기 위해 개표소로 향하던 투표함을 바꿔치기한 것으로 대학 진상조사위원회 조사결과 드러났다.
27일 부산외대에 따르면 지난 22일 총학생회 선거에서 현 총학생회 집행부 간부가 회장 후보로 나선 A팀이 다른 경쟁 후보 2개팀을 누르고 당선됐다. A팀은 재적 인원 8,309명 중 3,382명(40.7%)이 참여한 투표 결과, 총 1,625표(48.0%)를 얻어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선거기간 내내 약세로 평가 받아온 A팀이 당선되자,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됐다. 투표 진행 당시 부학생회장을 선거관리위원장으로 하는 현 총학생회 집행부 3명이 선거관리를 맡았기 때문이다. 특히 한 학생이 투표를 마치고 촬영한 '인증샷'에 찍힌 투표함과 개표소로 수거해 온 투표함의 모습이 다르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은 커졌다. 선거관리위원들이 선거 당일 교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당시 수거된 투표함이 차량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개표소로 향하지 않고, 다른 건물에 잠시 들렀다가 이동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대학본부는 학생들과 공동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 조사에 나섰고, 당시선거를 위해 부산 남구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빌려 온 투표함 개수가 1개가 더 많다는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부정선거를 뒷받침할 증거들이 속속 확보되고,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현 총학 총ㆍ부학생회장은 결국 자신들이 부정선거를 자행했음을 결국 시인했다. 이들은 진상조사위에 "A팀에 기표한 투표지로 상당 부분을 채운 투표함을 선거 전날 미리 준비해 뒀다가 개표를 위해 투표함을 옮기는 과정에서 바꿔치기했다"며"원래 투표함에 들어 있던 투표지는 개표 다음날 바닷가에 몰래 버렸다"고 진술했다.
대학측은 27일 "진상조사가 끝나는 대로 이들에 대해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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