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해 1조4,000억원을 투자하는 스마트그리드(차세대 전력망)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국전력이 불량 부품을 납품 받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했다.
27일 한전과 감사원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달 스마트그리드의 핵심 부품인 전력선통신(PCL)칩 생산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규격에 미달한 부품을 제출한 업체에 합격 통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마트그리드는 기존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 전력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사용량을 교환하고 에너지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전력망이다. 이 때 전력량을 자동으로 파악해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PCL인데, 한국전기연구원이 문제가 된 업체의 부품을 검사한 결과, 칩끼리 통신이 안 되는 결함이 발견됐다. 전기연구원 관계자는 “스마트그리드는 상호 호환성이 가장 중요한데 해당업체의 부품은 규격에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한전이 문제점을 알고도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해 결함이 있는 부품을 합격시켰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자력발전소에 위조부품을 사용해 가동중단 사태를 빚은 데 이어 한국전력의 전력망에도 불량부품이 공급된 것으로 밝혀진다면 전력산업 전반에 대한 불신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08년부터 제주도 구좌읍에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를 건설ㆍ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제1차 지능형전력망 기본계획’을 통해 2020년까지 스마트그리드의 선도 국가로 나서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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