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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민영화 반대

입력
2012.11.2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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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재 한국관광공사 노동조합 위원장

면세사업은 국가가 징세권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그에 따른 영업특권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국가가 사업자에게 특별혜택을 준 특혜사업이다. 특혜사업의 수익은 일정 부분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특혜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관광공사는 ‘면세사업으로 창출되는 수익은 공익적 재원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정부 방침에 의거해 1964년부터 면세점을 운영해오고 있으며, 이제까지 총 2조원 내외에 달하는 수익을 모두 한국관광진흥을 위해 재투자 했다. 오늘날 1,000만 외국인관광객 유치의 토대가 된 것이다. 아울러 관광공사는 수익금으로 제주 중문관광단지, 경주 보문관광단지 등을 개발했다.

이에 반해 대한민국 면세시장의 80%를 독과점하고 있는 롯데와 신라 등 재벌면세점들은 어떤가. 면세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금 중 단 한 푼도 공익적 목적에 사용하고 있지 않다. 누가 국가경제에 더 착한 면세점인가?

민간기업 면세점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은 ‘국산품 왕따’이다. 수익창출이 민간기업의 숙명이기 때문에 마진이 많이 남는 외산수입품에 집착하는 것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결과 2011년 대한민국 면세시장 총 매출의 82%가 외산수입품으로 채워졌고 단지 18%만이 국산품 매출로 가까스로 체면치레를 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11년 대한민국 전체 면세시장에서 판매된 외산수입품 매출액은 약 4조4,000억원이었다. 이 중 약 50%를 평균 매출원가율이라고 가정해 보면 약 2조2,000억원이 외산품 수입을 위한 해외상품 대금으로 지급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면세로 인해 국가가 징수하는 세금이 줄어드는 반면에, 막대한 국부가 유출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은 국산품 판매비율을 약 40% 정도로 유지하며 국산품 보호 및 판매증진에 한 몫하고 있다. 관광공사는 무턱대고 수익만을 추구할 수 없는, 공익성도 추구해야 하는 공기업이라는 숙명 때문이다. 누가 국가경제에 더 이로운가?

기획재정부는 관광공사는 공기업이고, 공기업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인천공항면세점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듯 하다. 비효율적인지 효율적인지 여부는 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이 수익을 냈는지 못 냈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인천공항면세점 전체 면적 중 약 16%를 점하고 있는 관광공사 면세점의 영업이익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지난 4년간 42억원이고,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으로 보자면 365억원의 흑자다. 올해에도 수 십 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관광공사 면세점은 버젓이 수익을 올리고 있고, 이 수익은 모두 한국관광진흥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지난 10월 8일 국감에서의 주목할만한 발언은 “인천공항 같은 경우엔 아직도 해당 기업들이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재정부 장관의 답변이었다. 그렇다면 인천공항에서 적자를 보는 기업들은 전체 면적 중 약 84%를 차지하고 있는 신라와 롯데라는 말인가? 지난번 국감에서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롯데면세점이 지난 4년간 약 480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장관의 발언에 따르면 비효율의 상징이라던 공기업은 흑자를 내고 있고, 효율성의 상징이라던 민간기업들은 적자를 보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재정부의 선진화 논리는 공기업인 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에 적용될 것이 아니라, 적자를 내는 것으로 보이는 인천공항 내 롯데와 신라에 적용시켜야 마땅할 것이다.

관광공사 인천공항면세점은 유동인구가 적은 공항 서편에 배정되었고, 롯데와 신라 등 재벌면세점들의 이익보호를 위해 출국객들이 선호하는 인기 면세상품(향수, 화장품, 술, 담배 등)을 팔 수 없는 불리한 조건에서도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이는 관광공사가 이미 50년 가까이 면세점을 운영해 온데 따른 영업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은 무조건 비효율적이라는 재정부와 관변학자들의 주장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을 가져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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