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성능과 품질을 평가할 때 신차 가격보다 더 중요한 건 중고차 가격이다. 같은 조건의 차라도 중고차 시세가 높게 매겨지면, 그만큼 튼튼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온 개념이 바로 잔존가치(residual Value). 잔존가치란 신차를 일정 기간 사용한 후 예상되는 가치를 산정한 것으로, 잔존가치가 높다는 건 그만큼 차량품질이 우수하다는 뜻이다. 업계에선 잔존가치를 품질평가의 가장 중요한 잣대로 삼고 있으며, 이는 곧 중고차 시세에 반영된다.
이 같은 잔존가치 평가에서 현대차가 '트리플 크라운'을 따냈다. 현대자동차는 26일(현지시간) 미국의 권위 있는 중고차 잔존가치 평가사 ALG(Automotive Lease Guide)가 발표한'2013 잔존가치상'에서 ▦준중형의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대형의 그랜저(아제라) ▦중형SUV의 싼타페(싼타페 스포츠) 등 3개 차종이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2010년, 2011년 준중형 부문에서 처음으로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지만, 3개 분야에서 정상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반떼는 혼다 시빅, 폴크스바겐 골프 등 무려 16개 글로벌 모델을 제치고, 가장 경쟁이 치열한 준중형 부문에서 3년 연속으로 1위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미국에 출시된 신형 그랜저는 2008년 이후 닛산 맥시마가 4년 연속 차지했던 대형차 부문 1위를 빼앗았다. 올 4월 미국에 첫 선보인 싼타페 역시 3년 연속 중형 SUV 부문 1위였던 스바루 아웃백을 제쳤다. 래리 도미닉 ALG 사장은 "현대차의 성장은 감동 그 자체"라며"싼타페와 같이 높은 품질 및 상품성을 갖춘 신차 출시와 함께 다양한 노력을 통해 잔존가치를 향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1964년부터 중고차 잔존가치를 평가한 ALG는 격월로 차량의 잔존가치를 수록한'잔존가치 가이드북'을 발행한다. 1999년부터는 이듬해 가장 높은 잔존가치가 예상되는 모델을 선정해 잔존가치상을 수여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잔존가치에서 최우수평가를 받았다는 건 그만큼 성능과 품질이 검증됐다는 뜻"이라며 "품질경영에 주력해온 결과가 시장에서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잔존가치가 높으면 팔 때도 제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중고차 뿐 아니라 신차판매에도 큰 영향을 준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최근 미국시장에서 연비논란으로 소비자 신뢰에 타격을 입었는데 잔존가치가 높게 평가됨에 따라 신뢰회복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브랜드별 평가에서는 혼다에 이어 2위를 기록해 지난해 보다 한 단계 순위가 올랐다. 현대차는 지난 2006년 이후 브랜드별 순위가 계속 상승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