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이름값으로 하는 게 아니다."
김응용 한화 감독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김 감독은 27일 장성호(35)와 송창현(23)의 맞트레이드 소식이 전해진 이후 "송창현의 발전 가능성에 주목했다. 신체 조건이 좋은 투수"라며 "2, 3년 동안 대학에서 던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유연성이 좋은 투수"라고 말했다. 이어 "야구는 이름값으로 하는 게 아니다. 그러면 나도 뛴다"며 "송창현은 전지훈련을 통해 잘 키우겠다. 일단 선발, 중간에 상관없이 경기에 등판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와 롯데는 이날 베테랑 왼손 타자 장성호와 프로에 갓 입문한 왼손 투수 송창현의 트레이드에 전격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김시진 롯데 감독과 김성한 한화 수석 코치는 전날 전화통화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트레이드를 최종 결정했고, 양 구단은 다음날 동시에 발표했다. 다만 송창현이 신인 선수이기 때문에 양 구단은 야구 규약에 따라 내년 2월1일자로 선수 등록을 하기로 했다. 야구규약 109조에는 신인 선수는 1월31일까지 트레이드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사실 의외의 '카드'다. 일각에서는 '한화가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는 의견까지 제시됐다. 검증된 타자와 신인 투수를 맞바꾸는 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평소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줄 것"이라는 김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당장 내년의 성적 보다는 2014년 호성적을 기대하며 리빌딩의 신호탄을 쏜 것이다. 김 감독은 애제자인 장성호까지 내주면서 팀 체질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최근 발언과도 무관하지 않다. 김 감독은 지난 15일 마무리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서산 구장에서 "눈 여겨 본 어린 선수들이 있다"는 말을 했다. "1년만 죽도록 야구하면 10년이 편해진다는 말을 해줬다"며 "열심히 한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줄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리고 마침내 '김응용호'의 젊은 야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반면 롯데는 이번 트레이드로 홍성흔(두산) 김주찬(KIA) 등 중심 타선이 떠난 공백을 메울 수 있게 됐다. 손아섭, 박종윤을 제외하고 파괴력 있는 왼손 타자가 부족했던 약점도 보완했다. 롯데는 이번 트레이드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이문한 롯데 운영부장은 일주일 전 한화에 장성호 영입 의사를 밝혔고, 김응용 감독이 트레이드 카드로 송창현을 지목하며 협상은 급물살을 탔다. 롯데는 송창현을 포함해 다른 선수도 내줄 각오까지 했지만 트레이드는 의외로 1대1로 마무리됐다.
장성호는 1996년 해태에 입단, 2010년부터 한화에서 뛰면서 올 시즌 타율 2할6푼3리에 113안타 9홈런을 기록했다. 프로 통산 성적은 17시즌 동안 타율 2할9푼7리에 2,007안타 216홈런 1,000타점이다.
송창현은 야탑고-제주국제대 출신으로 2013시즌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에서 롯데에 지명됐다. 184㎝ㆍ95㎏의 좋은 신체 조건을 자랑하며 대학 4년간 31경기에서 5승13패 3.3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롯데는 "발전 가능성이 높은 스타일이다. 내년 시즌 1군에 투입할 생각이었다"며 "볼을 뿌리는 능력이 있다. 유연성만 놓고 보면 류현진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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