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한 것도 없어 상을 받는다는 게 쑥스럽습니다.”
27일 ‘이태석 상’을 수상한 ‘말라위의 나이팅게일’로 불리는 백영심(50) 간호사가 본보 인터뷰에 손사새를 치며 한 말이다.
백씨는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20여 년간 의료봉사활동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날 외교통상부가 제정한 아프리카 봉사상 ‘이태석 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의료봉사를 하다가 세상을 떠난 이태석 신부를 기리며 아프리카 지역의 자원봉사자를 격려하기 위해 만들었다. 이날 오후 수상을 위해 말라위에서 일식 귀국한 백씨는 휴대전화도 없는 상황에서 지인인 홍민희 을지대 간호학과 교수를 통해 각종 언론의 쏟아지는 관심을 정중히 거절했다. 홍 교수는 “백 간호사가 오랫동안 봉사활동만 해 온 사람이라 언론의 관심이 부담스러운 모양”이라며 “본인은 봉사라는 것 자체를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상을 받는 것조차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다”고 전했다.
제주 출신으로 고려대 의대 부속병원에 근무하던 백씨는 스물 여덟 살이던1990년 케냐로 건너가 아프리카에서 첫 의료봉사를 시작했다. 4년 뒤에는 케냐보다 더 열악한 지역인 말라위로 활동 지역을 옮겼다. 의료시설과 인력이 부족했던 말라위의 치무왈라 지역에 진료소, 초등학교, 유치원을 설립하는 등 본격적으로 ‘말라위의 나이팅게일’로서의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말라위는 최빈국으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이 치료를 받지 못해 죽어나가던 곳. 그런 곳에 백씨는 아예 뿌리를 내리고 주민들을 위한 시설을 하나하나 만들어 나갔다. 지역주민을 가족처럼 여기고 남다른 사명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러다 2008년에는 릴롱궤 외각에 80병상의 ‘대양누가병원’을 설립했고, 현재는 200병상 규모로 키웠다. 이 병원은 인구 1,000명 당 0.022명으로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말라위에 기적으로 불린다. 2009년을 기준으로 외래 환자는 월 평균 2,500명, 출산은 월 평균 200명 수준이다. 현재 말라위에서 가장 좋은 시설을 가진 병원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는 이런 의료혜택도 받지 못하는 작은 시골 마을에는 이동 진료소를 설치해 의료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외교부는 “백씨의 헌신은 말라위 사람들에게 한국인의 부지런함과 봉사정신 등을 자연스레 전파하고 있다”며 “말라위의 민간외교관으로서 대한민국을 알리고, 한국인의 정을 알리는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의료봉사활동에 여념이 없던 그에게도 시련이 닥쳤다. 최근 갑상선암 진단을 받아 수술까지 했다. 하지만 암도 의료봉사에 대한 그의 열정과 사랑을 저버리지는 못했다. 2010년 ‘대양간호대학’을 개교해 보건의료 인력양성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외교부 관계자는 “치료를 위해 정기적으로 한국을 방문해야 하는 백씨는 충원해야 할 현지 병원의 의사와 인력 등에 대한 고민이나 의대를 비롯한 대학단지 설치 준비 등으로 자신의 병을 걱정할 틈도 없다”고 귀띔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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