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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일 칼럼] 대통령 선출 방식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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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일 칼럼] 대통령 선출 방식 바꾸어야 한다

입력
2012.11.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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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대선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치면서 대통령 선출방식에 합리적이고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야권이건 여권이건 간에 정상적 판단력을 가진 국민이라면 4,000만명이 넘는 선거인 중에서 겨우 기천명의 소수 표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단일 후보를 결정한다는 것에 선뜻 동의할 사람은 없다. 그것은 합리성에 대한 폭거이고 상식의 몰수이며 해괴한 절차적 불상사다. 이번에는 다행히도 한 쪽이 사퇴함으로써 그런 불상사를 피할 수 있었지만, 5년 후 대선에서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란 법은 없다. 지금 여야 후보는 물론 대선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정치세력은 현행의 대통령 선출방식을 뜯어 고치는 일부터가 '정치쇄신'의 제1번 의제항목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이번 대선의 '공약'으로 내놓아야 한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정치발전을 위해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시급한 본질적 현안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출방식이 어째서 시급한 본질 현안인가. 이유는 이렇다. 첫째, 누가 대권을 잡느냐에 관계없이 민주사회의 대통령은 '과반의 원칙'에 따라 선출되어야 한다. 유효투표의 30% 선, 혹은 40% 대의 득표율만으로도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는 것이 현행 제도다. 이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 민주정치에서 다수결의 원칙이란 것은 종다수 원칙이 아니라 과반의 원칙이다. 유효투표의 절반도 안 되는 득표율로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집권 세력에는 소수 대통령이라는 통치권의 불안을, 국민에게는 소수가 다수를 압도할 때의 깊은 불만과 불행감을 갖다 안긴다.

둘째, 현행 제도에서 유권자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맘놓고' 표를 줄 수가 없게 되어 있다. 소수 정당 후보를 지지했다가는 자기 한 표가 어떤 정치적 무게도 갖지 못하는 '사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정권교체 같은 절박한 문제가 제기된 상황에서 소수 유권자는 자신이 선택하고 싶지 않은 후보라 해도 울며 겨자먹기로 그에게 한 표 보태주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소수 세력과 소수 유권자에게도 정치 참여의 길을 터주는 것이 민주정치다. 지난 수차의 대선에서 자신이 정말 찍고 싶은 후보를 찍어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말하는 유권자들이 있다. 민주정치란 다양성을 존중하는 정치이며 여러 세력에 참여의 기회를 열어주는 정치다. 현행 제도에서는 이런 다양성의 원칙이 존중될 길이 없다. 이번 에도 소수 정당 후보들은 1% 미만의 지지를 얻고 있다. 그들의 정책, 그들이 제기하는 이슈, 그들이 대변하고자 하는 소수 유권자 집단이 무의미하거나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수성이냐 교체냐의 아마게돈에 치인 소수 유권자에게는 아예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사회 일각에서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어느 쪽도 과반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에는 상위 득표자 두 사람을 놓고 결선투표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국민이 투표장에 두 번 나와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방식으로 가도 다양성 존중의 원칙은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선투표는 과반의 원칙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작지만 유의미한 정치세력들의 목소리가 결선에 반영되기는 어렵다. 다른 방안은 없을 것인가. 정치권, 학계,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연구해볼만한 제3의 방안은 없겠는가. 대선 후보들이 사퇴니 양보니 하는 결정에 내몰리지 않고 대선 가도를 끝까지 완주하면서 유권자들의 판단을 받게 하는 방법, 유권자들은 또 자기 표가 사표가 될까봐 걱정하지 않고도 지지 후보에게 투표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는가. 과반의 원칙과 다양성의 원칙이 모두 존중되게 할 방법은?

우리처럼 정치 현인들이 많은 나라에서 그런 방법을 고안하는 일은 불가능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쇄신할 것은 쇄신한다는 판단의 결집이며 지금의 대통령 선출방식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의 정치적 발휘다.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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