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처음 상원의원이 된 당시 민주당 소속의 조지프 리버만은 2년 먼저 상원에 입성한 공화당의 존 매케인 의원에게 당을 초월해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한다. 의기투합한 두 의원의 초당적 행보는 이후 23년간 지속됐다. 2002년에는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가세했다. 삼총사로 불린 세 의원은 9ㆍ11 사태 이후 당파를 떠난 행보로 미국의 외교ㆍ안보 정책을 주도했다. 셋은 부탄 이라크 독일 미얀마 등 이슈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매파적 외교를 선호하면서도 외교적 논란이 발생하면 당리를 떠난 중도적 입장을 취해 신뢰를 얻었다. 2007년 이라크 철군을 놓고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조기 철군론을 막은 것도 이들 삼총사였다. 당시 이라크 주둔 사령관이던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는 세명의 의인을 그린 영화에 비유해 이들을 '쓰리 아미고(세 친구)'라고 불렀다.
상원의 초당적 행보를 이끈 삼총사 시대가 저물고 있다. 민주당을 떠나 무소속이 된 리버만은 내년 1월 정계 은퇴를 앞두고 있다. 매케인과 그레이엄은 잇단 헛발질로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두 의원이 리비아 벵가지 영사관 테러사건과 관련, 기소권한까지 부여된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하자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의장까지 나서 반대한 것이 비근한 예다. 뉴욕타임스는 리버만의 이탈로 이들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외교ㆍ안보 지도자 역할은 하겠지만 리버만의 존재로 초당적 색채가 있을 때와는 영향력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화당 초선인 켈리 아요트 상원의원이 초당적 행보를 선언, 새 삼총사 출현을 예고했지만 그가 리버만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27일 차기 국무장관이 유력시 되는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대사와의 비공개 토론회는 라이스보다는 이들의 영향력이 유지될지 가늠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 삼총사는 라이스의 벵가지 사태 초기 발언을 문제 삼아 국무장관 임명을 공개 반대했다. 그러나 비판 근거가 빈약하자 오히려 이들이 구석으로 몰리고 있다. 매케인은 일단 라이스의 능력을 칭찬하며 자신의 의견을 수정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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