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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 끓듯 하더니 죽 쑨 '종편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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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 끓듯 하더니 죽 쑨 '종편 1년'

입력
2012.11.2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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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시청률 0.5%빈약한 콘텐츠 외면 자초… 재탕·삼탕 '맨날 그 장면'●눈덩이 적자로 허덕시청률 저조, 광고 수익↓… 4사 모두 수백억원 기록●선정성·편파성 얼룩범행장면 적나라 묘사 보도윤리도 애써 모른척●공정성·공익성 실종변칙·덤핑광고 시장 교란… 방송발전 이행도 공수표

26일 오후 2시쯤 한 남성이 서울 공평동 안철수 대선후보 캠프가 있던 빌딩 옆 6층 건물 옥상에 올라가 투신자살 소동을 벌였다. TV조선, 채널A, JTBC, MBN 등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들은 정규방송을 중단하거나 화면 일부를 할애하면서 이 상황을 속보 형식으로 생중계했다. 선정성만을 추구하면서 보도윤리마저 내팽개친 행태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12월로 출범 1년을 맞는 종편의 모습이다.

종편의 선정성과 편파성은 점차 심화하고 있다. 방송윤리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종편 4사에 대한 경고, 주의 등 법정제재 건수는 1월 1건에서 9월 6건으로 늘었다. JTBC의 '탐사코드J'는 9월 16일 방송 중 아동 성폭행 사건을 재연하는 과정에서 범행 수범을 지나칠 정도로 자세하게 묘사한 것도 모자라 오후 5시10분, 청소년 시청 보호시간에 재방송해 물의를 빚었다. TV조선 '강용석의 두려운 진실'은 7월 21일 방송에서 도심 곳곳의 일부 다방에서 행해지는 유사성행위 과정을 여종업원의 설명을 빌어 자세히 묘사하고 성매매 도중 적발된 나체 상태의 남녀 모습을 신체 일부만 가린 채 내보냈다.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는 7월 20일 방송에서 "저는 이란 책을 보면서 한 마디로 젖비린내 난다" "좌파 신문 사설들, 인터넷 쪼가리들. 좌파가 쓴 선언문 읽고 흥분하는 사이비 운동권, 사이비 좌파들의 그 사유체계에서 저는 경악했습니다" 등 출연자의 부적절한 말을 그대로 방송해 방송윤리심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보도교양 프로그램이라고 문패를 단 것들이 이 정도 수준이다.

1년간 종편이 선정성에 매달렸던 이유는 애국가 정도로 낮은 시청률을 극복하려는 몸부림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 중순까지 종편 시청률을 집계한 결과 평균 1%도 되지 않았다. MBN이 가장 높았지만 0.643%에 불과했고 JTBC(0.565%), 채널A(0.552%)가 뒤를 이었다. TV조선(0.432%)은 0.5%도 넘지 못했다.

시청률 저조로 종편들은 수백억원대 적자를 기록 중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를 보면 2012년 상반기 JTBC는 825억원, 채널A는 191억원, MBN은 181억원 적자로 나타났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시청률이 저조하니 광고 수익이 줄고, 돈이 없으니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종편은 궁여지책으로 변칙 광고영업까지 일삼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노웅래 민주통합당 의원실이 한국언론진흥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1년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정부 광고에 대한 종편의 보너스율은 평균 518%에 달했다. 광고비로 100만원을 받고 518만원어치 보너스 광고를 얹어줘 총 618만원 상당의 광고를 한, 덤핑판매라는 얘기다. 특히 채널A의 보너스율은 900%를 넘었다. 같은 기간 케이블 주요 채널의 보너스율은 44.8%, 지상파는 37.6%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종편이 출범 전 내세웠던 공적 책임, 공정성, 공익성 등 약속 이행실태도 형편 없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11년 종편사업자에 대한 이행실적 점검결과 이행률은 평균 39.6%로 저조했다. ▦국내 방송장비 산업 기여계획 및 연구개발 방안(TV조선) ▦유료방송시장 활성화 기여방안(JTBC) ▦콘텐츠 산업 육성ㆍ지원방안(MBN) 등 4개 항목은 이행률이 '0%'였다. 노웅래 의원은 "종편들에 대한 사업승인장이 교부된 것이 지난해 3~5월이었다"고 상기시키면서 "7~9개월간의 사업 실적으로는 매우 초라한 수치이며 이는 정부의 종편 정책이 실패한 것이라는 의미"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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