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리 포터'를 보면 마법사 해리포터의 머리가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장면이 나온다. 해리포터가 투명망토 속에 몸을 숨겼기 때문이다. 이처럼 앞에 있는 물체를 보이지 않게 하는 일종의 투명망토를 실현할 수 있는 재질이 한국과 미국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김경식(42)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와 데이비드 스미스 미국 듀크대 교수 등 공동 연구팀은 숨기려는 물체의 모양이 변해도 은폐 성능을 유지하는 스마트 메타물질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스미스 교수는 2006년 존 펜드리 영국 임페리얼대 물리학과 교수와 함께 투명망토의 재질인 메타물질을 처음 개발한 과학자다.
사람이 물체를 볼 수 있는 것은 빛이 물체에 부딪쳐 반사돼 눈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물체를 보이지 않게 하려면 물체에 빛이 반사되거나 흡수되지 않고 뒤로 돌아가게 만들면 된다.
스미스 교수가 2006년 개발한 메타물질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물질로, 빛을 흡수하거나 반사하지 않고 주위를 돌아 지나가게 만든다. 그래서 메타물질 뒤의 사물을 반대방향에서 볼 수 있어 메타물질 자체가 투명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메타물질로 만든 기존의 투명망토는 숨기려는 물체에 맞춰 설계했기 때문에 접거나 구부리면 그 기능이 사라져 숨기려던 물체가 다시 나타났다. 메타물질을 만드는 공정이 어렵고 크기가 작은 것도 단점이었다.
김 교수팀은 압축성이 뛰어난 실리콘 고무 튜브를 이용해 마이크로파 영역(10㎓)에서 메타물질 성질을 유지할 수 있는 투명망토를 개발했다. 삼각형 모양의 이 투명망토는 한 변의 길이가 20㎝ 정도다. 공상과학(SF)영화처럼 마음대로 변형해도 은폐성질을 계속 유지하는 신축성 있는 카펫형 투명망토가 개발된 것이다.
김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투명망토는 기존 기술과 달리 역학ㆍ광학적 성질이 융합된 메타물질"이라며 "이를 활용하면 물체가 움직이거나 변해도 사용할 수 있는 큰 면적의 투명망토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 최고 과학 저널인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20일자)에 게재됐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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