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특허 전쟁을 벌이는 삼성과 애플 사이에 부품전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애플은 삼성전자 부품을 계속 줄이고 있고, 삼성전자 또한 새로운 부품 수요처를 다변화해 가고 있다. 특허전쟁의 여파와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양 사의 제품전략이 복잡하게 맞물린 결과다.
애플의 삼성의존탈피가 가장 두드러진 부품은 디스플레이다. 26일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태블릿PC 아이패드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9.7인치 화면사용을 크게 줄이고, 대신 LG디스플레이 제품을 크게 늘렸다. 현재 '4세대 아이패드'와 '아이패드2' 등 아이패드용 9.7인치 화면은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일본 샤프, 중국 티안마와 한스타 5개사가 공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의 공급량은 연초 247만대(약 70%)에서 42만대(7.2%)로 무려 80% 이상 급감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연초 175만대에서 424만대로 급증해, 애플 공급량의 71.8%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태블릿PC의 화면에 관한 한 애플은 더 이상 삼성 아닌 LG을 쓰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는 비용이나 품질의 문제가 아니라 특허전쟁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결정"이라고 말했다. 특허싸움이 치열해지면서, 삼성제품을 의도적으로 줄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 경쟁제품인 갤럭시탭10.1과 갤럭시노트2, 갤럭시S3 등 삼성전자 제품위주의 공급 전략을 펴고 있다. 실제로 디스플레이서치 조사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갤럭시탭용 10.1인치 화면 생산량을 1월 30만대에서 10월 290만대로 10배 가까이 늘렸다. 삼성 관계자는 "애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보다 훨씬 더 많이 팔리는 갤럭시폰과 갤럭시탭 위주로 생산량을 조절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터리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애플은 그 동안 삼성SDI에서 만든 배터리를 주로 써왔는데, 이날 미국 IT전문지인 테크크런치는 애플이 아이패드와 노트북(맥북)용 배터리를 중국 암페렉스테크놀로지와 텐진 리센 배터리에서 공급받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역시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및 모바일D램 비중을 대폭 낮추고 상대적으로 SK하이닉스, 도시바의 비중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선 반도체 제품 가운데 삼성전자 비중이 10% 미만으로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삼성쪽 얘기는 다르다. 애플이 삼성부품을 줄여가는 것은 맞지만, 삼성 역시도 애플에 대한 공급량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애플이 삼성 부품을 가장 많이 사가는 고객인 것은 사실"이라며 "그런 만큼 우리 역시도 거래선을 다변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실제로 애플 이외의 업체와 부품거래비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스스로도 애플 공급량을 줄이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면적 거래단절로 이어지기는 힘들 전망이다. 애플로선 최고의 품질을 지닌 삼성제품을 완전히 끊기 힘든 입장이고, 삼성 역시 애플거래물량을 한꺼번에 줄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애플이 아무리 탈(脫)삼성을 선언해도 가장 중요한 응용프로세서(AP) 등은 대체할 곳이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팀 쿡 애플CEO가 최근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삼성전자는 핵심 부품 공급자인 만큼 당분간 그런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