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판교 안랩본사. 안철수가 만들고 또 지금의 안철수를 만든, '안철수연구소'란 옛 사명이 더 익숙한 보안업체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지는 꽤 됐지만, 대권 도전을 선언하기 전까지도 그는 이사회 의장직은 계속 갖고 있었다.
이날은 안철수 후보가 대권 레이스를 중단한다고 전격 발표(23일)한 뒤 직원들의 첫 출근일. 캠프 사람들 못지 않게 안랩 직원들도 아쉬운 표정이었다. '정치와 기업은 별개'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창업자가 유력한 대통령후보로 부상하면서 안랩 역시 격한 정치 소용돌이에 휘말려왔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지난 두 달 동안 회사도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막상 안 후보께서 사퇴결정을 하니까 한편으론 홀가분하고 한편으론 아쉽다"고 말했다.
가장 힘든 건 역시 정치공세였다. 지난 국정감사 기간 내내 안랩은 각종 '의혹'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여권은 안랩이 정부로부터 721억원의 부당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실제 정부지원금은 52억원이었고, 우수한 연구평가에 따른 정당한 지원이었음이 확인됐지만 한번 제기된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나중엔 주가조작의혹까지 제기됐다. 한 관계자는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만 연구 개발해왔고 늘 잘한다는 얘기만 들어왔는데, 처음으로 의혹의 대상이 되고 정치바람을 타다 보니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았다"고 말했다.
요동쳤던 주가도 힘든 부분이었다. 사실 안랩은 재무구조가 워낙 탄탄하고, 해외매출도 올해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주가가 크게 변동할 이유가 없는 회사다. 하지만 안 전 후보의 대권도전으로 순식간에 '우량주'가 '정치테마주'가 되어버렸고, 이로 인해 주가는 널뛰기를 했다. 회사측이 '묻지마 투자'에 대한 경고공시를 수 차례 했지만, 광풍은 잠재워지지 않았다. 자연히 투자자들의 문의전화는 많아졌고, 주가가 떨어질 때는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사실 안랩에 대한 안 전 후보의 애정은 각별했다. 대선도전 바로 다음날인 9월20일 그는 안랩이 마련한 환송회에 참석해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석별의 정을 나눴을 정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회사로 복귀하거나 직간접적으로 회사경영에 간여할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안 전 후보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이 회사 지분은 186만주(18.6%). 원래 372만주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올해 초 절반을 재단(안철수재단)에 출연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중 80%는 출연 완료됐고, 나머지는 신탁절차를 밟고 있다. 안 전 후보는 대권도전 당시 "대통령이 될 경우 나머지 보유지분도 사회환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후보 사퇴로 이 지분은 일단 유지될 전망이다.
안랩측은 안 전 후보의 후보사퇴로 더 이상 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여지가 없어진 만큼 컴퓨터 보안업체로서 향후 연구개발과 정도경영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솔직히 대통령이 되기를 바랬지만 어떤 형태로든 결론이 난 만큼 회사가 더 이상 이런저런 구설이나 의혹에 휘말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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