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의 권한 강화 포고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격화하고 이집트 정국이 혼란에 빠지자 무르시가 최고사법위원회와 회동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무르시 찬반 양측이 27일 대규모 시위를 예고해 사태는 더 악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르시는 26일 이집트 최고 사법기관인 최고사법위원회 대표를 만나 해법을 모색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최고사법위원회는 사법부를 무력화하는 포고령 내용에 반발해 일부 파업에 돌입하는 등 갈등을 심화시켰다. 하지만 사태가 악화하자 위원회 측도 “포고령은 국가 주권과 관련한 사안에만 적용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어 전면 거부를 하지 않는 선에서 타협할 것으로 알려졌다.
무르시가 대통령 권한을 대폭 강화한 포고령을 발표한지 3일만인 25일에는 첫 시위 사망자가 나왔다. AFP통신에 따르면 다만후르에서 무르시 반대 시위대가 무르시 지지 기반인 무슬림형제단 사무실을 습격하는 과정에서 1명이 숨지고 60여명이 다쳤다. 민주화의 성지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도 정부청사 진입을 시도하는 시위대와 진압경찰이 서로 최루탄과 돌을 던지며 충돌했다. 시위 사상자는 모두 500여명으로 늘었다. 정세 불안을 반영하듯 이집트 주식시장은 이날 10% 폭락했다.
무르시는 이날 ‘포고령에 의한 권한은 일시적이며, 민주적으로 선출된 의회에 권한을 양도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성명을 내 사태 수습을 시도했다. 무르시는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모든 정파와 대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논란이 된 포고령은 대통령이 혁명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으며 이 결정은 법원을 포함한 어떤 권력기관도 폐지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헌의회가 작성 중인 헌법에 대한 대통령의 지침 격이어서 반발이 컸다.
하지만 무르시가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야권 등 반대파는 “포고령을 철회하지 않는 한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27일 전국 시위를 촉구했고 무르시 지지파인 중도 이슬람주의자들도 100만명 맞불시위를 예고했다. 하산 나파 카이로대 정치학 교수는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와중에 이집트 언론인들은 제헌의회의 헌법 초안이 언론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 항의하는 뜻으로 총파업을 결의했다. 이들은 “이슬람주의자가 다수인 제헌의회가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헌법에 엄격히 적용할 경우 기본권이 침해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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