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은 결과였다. 2009년 첫 방송 이후 국내 대표적인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케이블채널 엠넷 '슈퍼스타K'의 네 번째 트로피는 잘생기고 노래도 잘하는 '엄친아'에게 돌아갔다.
로이킴(19ㆍ본명 김상우)은 방송 초부터 정준영과 함께 잘생긴 외모와 준수한 실력으로 '슈퍼스타K 4'의 인기를 견인했던 주인공이었다. 절창의 가수도 아니고 색다른 개성을 보여주는 별종도 아니었지만, 그는 흔들림 없이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며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준우승에 그친 록 밴드 딕펑스와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쳤지만 방송 내내 그는 누가 봐도 '가장 무난한 우승 후보'였다.
로이킴의 잘생긴 외모는 방송 초부터 화제였다. 장난스럽고 반항적인 이미지의 정준영과 집안 좋고 공부 잘하는 부잣집 도련님 스타일의 로이킴은 '슈퍼스타K 4'의 거의 유일한 화젯거리였다. 로이킴과 정준영이 함께 부른 김광석의 '먼지가 되어'는 두 라이벌의 열창에 힘입어 각종 음원 차트 1위에 오르며 이번 시즌을 통틀어 가장 높은 인기를 끌었다.
연예인 못지 않은 외모와 국내 유명 주류업체 회장의 아들에다 미국 조지타운대 경영학과 재학생이라는 화려한 배경은 로이킴의 주가를 단번에 끌어올렸지만 때론 약점이 되기도 했다. 이달 초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이를 의식한 듯 "집안 환경이나 학력 같은 게 과대 평가된 것 같다"며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그렇게 비춰져서 걱정된다"고 했다.
직접 만난 로이킴은 예의 바르고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할 줄 아는 똑똑한 사람이었다. 외모가 아닌 음악적으로 인정 받고 싶은 욕심이 무척 커 보였다. 그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참가자들보다 간절함이 덜할 거라곤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로이킴은 생방송 전 한 번의 탈락 위기를 겪었으나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가수 이하늘이 '슈퍼패스'를 쓴 덕에 기사회생해 우승까지 이르렀다. 우승 직후 그는 "여기까지 올라올 줄 몰랐기 때문에 기분이 이상했다"면서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드디어 빛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음악에 대한 열정을 포기할 수 없어 '슈퍼스타K 4'에 출연했다는 그는 앞으로 학업과 음악을 병행할 생각이다. 우승 상금(5억 원)은 방송 중 약속한 대로 전액 기부하겠다고 했다.
8월 17일 첫 방송을 내보낸 '슈퍼스타K 4'는 23일 로이킴의 우승과 함께 막을 내렸다. 방송 내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인기를 이어갔지만 이전 시즌에 비해 화제성이나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평균시청률도 8.65%(AGB닐슨미디어 기준)로 허각과 존박이 경쟁했던 시즌 2의 9.54%, 울랄라세션과 버스커버스커가 활약했던 시즌 3의 11.02%보다 낮았다. '먼지가 되어' 외엔 음원차트에서 이렇다 할 만큼 주목 받은 곡이 없었다는 점도 이번 시즌의 약점이다.
출연자들의 실력이나 개성이 하향 평준화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심사위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시즌 1부터 줄곧 심사위원을 맡고 있는 가수 이승철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이번 참가자들이 역대 최강"이라며 "모두들 노래를 잘해 특출 나 보이지 않는 것일 뿐 올해 출연자들이 앨범을 발표했을 때 가장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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