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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피부’인 옷을 통해 추억·아픔·전쟁을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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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피부’인 옷을 통해 추억·아픔·전쟁을 이야기하다

입력
2012.11.25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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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 무용수가 시체처럼 축 늘어진 여자 무용수를 안고 무대 곳곳을 10여분 간 힘겹게 오간다. 집단화된 현대사회. 연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어 시체를 땅에 묻지 못한 채 방황하는 이 남자의 복잡 미묘한 심정을 타인은 이해할 수 있을까.

30일부터 12월 2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신작 '소셜 스킨'(Social Skin)은 기계 부속품처럼 살아가는 현대인과 감정 있는 존재로서 인간 본연의 모습 사이의 희미한 경계를 신체 언어로 표현한 작품이다. 유럽에서 활동 중인 이브기와 그레벤이 안무한 '해외 안무가 초청 공연'이다. 1989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예술재단 안무가상을 수상한 요한 그레벤과 1998년 이스라엘 문화부 신진안무가상을 수상한 우리 이브기는 2003년부터 공동 안무가로 활동해 왔다. 2인팀으로 2011년 모스크바현대무용제 최고안무가상을 받았고 지난해 5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현대무용제에서 '오브젝트'라는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이들이 말하는 소셜 스킨이란 옷이다. "옷은 자신의 문화적, 사회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사회적 피부'"이기 때문이란다. 옷에는 사람들의 추억과 아픔, 고독 등이 숨겨져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무대 전면에는 약 500㎏에 달하는 옷 더미가 걸린 철제 구조물을 세운다. "예술과 사회 이슈가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 그 접점을 찾는 데 관심이 많"은 두 안무가는 "구체적인 사회 현상의 문제점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옷으로 가득 찬 커다란 벽을 통해 전쟁과 학대 등의 이슈를 드러낼 수 있다"고 봤다.

13명의 무용수들은 각각의 옷을 입었던 사람들의 기억이 담긴 작은 이야기들을 차례로 펼쳐낸다. 쉴새 없이 몸을 움직이던 무용수들이 무대 한 가운데에 모여 공연을 위해 새로 작곡한 '네 심장소리는 내가 사는 세상'(Your heartbeat makes the world I'm in)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합창이라는 집단행동을 하는 무용수들이 언뜻 행복해 보이지만 과연 이들이 개별적으로도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나타내고 싶었다"는 게 안무가의 설명이다.

철저히 안무가의 콘셉트에 맞춰 준비한 음악과 의상, 조명도 볼거리다. 음악은 영국 음악인 톰 파킨슨이 작곡했다. 기계적인 요소를 상징하는 회색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은 후반부로 갈수록 인간성을 되찾아가는 모습을 표현하듯 살색 속옷만 입고 무대에 서게 된다. (02)3472-1420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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