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간 세계 최장 식물인간으로 살아온 미국 플로리다주의 에드워다 오바라가 21일 세상을 떠났다. 미 언론들은 16세 때 혼수상태에 빠져 일생을 침대 위에서 보낸 오바라와 그의 곁을 끝까지 지킨 가족의 아름다운 사연을 전했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가든스에 사는 오바라는 소아과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인 평범한 소녀였다. 1970년 1월 어느 날 아침 오바라는 갑자기 온 몸의 통증을 호소하다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호송됐다. 당뇨병을 앓고 있던 그는 정기적으로 치료약을 복용했는데, 감기 때문에 약이 혈류에 녹아 들지 않아 부작용이 일어난 것이다. 멈췄던 심장은 응급조치로 다시 뛰었지만 뇌가 손상을 입어 결국 혼수상태에 빠졌다. 의식을 잃기 직전 오바라는 엄마의 손을 꼭 붙잡고 말했다. "내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해줘요, 엄마." 어머니는 대답했다. "물론이지, 절대로 널 떠나지 않는다고 약속하마. 약속은 약속이란다."
오바라가 식물인간이 된 채 집으로 돌아오면서 가족의 40여년 간의 감동적인 보살핌은 시작됐다. 오바라의 부모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딸에게 호스를 통해 음식을 먹이고 목욕을 시키고 대소변을 받았다. 욕창을 막기 위해 2시간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딸의 몸을 뒤집었다. 어머니는 한 번에 90분 이상 자지 않았다. 76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가족의 지극한 돌봄은 계속됐다. 어머니는 2008년 80세의 나이로 세상을 뜰 때까지 38년 간 딸의 침대 옆에서 먹고 자며 딸과의 약속을 지켰다. 약값 때문에 진 빚이 30만달러(3억 2,000만원)를 넘었지만 어머니는 늘 딸을 "짐이 아닌 축복"이라고 부르며 딸이 언젠가 자신에게 다시 말을 걸어주기를 기다렸다. 어머니가 떠나고 난 후에는 여동생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오바라 가족의 헌신적인 간병기는 2001년 오바라의 주치의였던 웨인 다이어가 펴낸 책 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전세계에서 오바라 가족의 사연에 감동한 사람들의 편지와 방문이 이어졌다.
가족의 품에서 기적처럼 버티던 오바라는 21일 조용히 세상을 떴다. 전날 밤 여동생은 언니가 평소와 달리 호스에 주입한 음식물을 조금씩 토하는 것을 알았다. 언니가 감기에 걸렸다고 생각한 여동생은 항생제를 조금 투여했고 다음날 아침 오바라의 안색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여동생은 "커피 좀 가져오겠다고 말했더니 언니는 함박웃음으로 답했어요" 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여동생이 돌아와 오바라의 몸을 흔들었을 때 그는 다시 깨어나지 않았다. 59세. 길어야 10년 정도 버틸 것이란 의사들의 예상을 깨고 40년이 넘도록 생명의 끈을 이어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식물인간이 평균보다 오래 사는 경우는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았을 때라고 말한다. 여동생은 "엄마는 언니를 돌보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했어요. 오바라는 내게도 세상에서 가장 좋은 언니였습니다"라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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