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완구는 ‘아날로그형’ 장난감입니다. 반면 디지털 장난감으로는 대표적인 게 비디오 게임기이지요. 세상이 디지털화되면서 장난감도 아날로그형은 퇴조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믿기 힘든 역전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블록완구 판매가 게임기를 제친 것이지요. 무려 10년만 이라고 합니다.
롯데마트가 올 초부터 22일까지 두 장난감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블록완구가 63.8%를 차지해 비디오 게임(36.2%)를 2배 가까이 앞질렀습니다. 2002년 이후 처음이랍니다.
2000년만해도 블록완구와 게임기의 판매량은 6대4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2002년 소니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가 국내에 판매되고,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줄곧 완구매출 1위는 게임기였지요.
세상은 점점 더 디지털로 가는데, 아날로그 게임이 인기를 누리는 건 무슨 대체 까닭일까요. 우선 스마트폰의 영향이 큽니다. 스마트폰에서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앱’형태로 속속 등장하면서, 일반 비디오 게임기 수요가 줄어든 것이죠.
두 번째는 블록완구 자체의 진화입니다. 인기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캐릭터를 적극 채택하고 있는 것이지요. 블록완구의 대표업체인 레고는 지난해 스타워즈, 배트맨 등 영화 캐릭터를 활용해 내놓은 제품이 인기를 끌며 매출이 무려 2.8배나 늘었습니다. 또 올해는 애니메이션 닌자고 캐릭터를 이용한 완구를 출시하며 전체 블록완구 매출을 44% 신장시키는 일등공신이 됐다고 합니다.
여기에 경기 침체로 인해 부모들이 값비싼 디지털 게임기 대신, 좀 더 저렴한 블록완구를 많이 사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창의와 혁신이 디지털 기기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덴마크의 블록완구업체 레고는 1932년에 처음 등장, 80년이 흘렀습니다. 디지털 시대에도 아날로그 제품이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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