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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과 엄마 나라말 다 잘하는 외교관이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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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과 엄마 나라말 다 잘하는 외교관이 될래요"

입력
2012.11.2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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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이 하나 틀려서 상은 물 건너 갔다고 생각했는데 대상을 받아서 얼떨떨합니다."

24일 경기 과천시 대우증권 과천연수원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대우증권 공동주최 '제2회 엄마, 아빠 나라말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박기연(12ㆍ경기 시흥 정왕초 6)양. 기연양은 25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드럽고 감성적으로 제 생각을 최대한 전달하려고 노력했는데 이 부분에 심사 위원들이 점수를 많이 준 것 같다"며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한국말과 엄마 나라말(중국어)을 다 잘하는 외교관이 돼 한국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아빠와 엄마 나라의 말 사이서 적지 않은 방황을 하고 있는 게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공통된 고민. 하지만 기연양은 초등학교 6학년답지 않게 차분하고도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한국말을 구사했다. 이번에 이런 상까지 거머쥐었으니 중국말 실력도 어느 정도 인정 받은 셈. 기연양은 "부모님이 최고의 원어민 가정교사인 다른 친구들도 조금만 열심히 하면 어렵지 않게 두 나라의 말을 익일 수 있다"고 장담했다. 중국어는 지난해 9월 처음 한국외대 다문화교육원에서 배우기 시작해 현재 일상대화는 무리 없이 하는 수준까지 실력이 늘었다.

기연양이 한국어와 중국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중국인인 어머니 강영화(44)씨의 공이 컸다. 중국 단둥(丹東)에서 살던 강씨는 주변의 소개로 한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 1996년 한국에 왔다. 한족(漢族)인 강씨는 한국어를 전혀 못해 혼자 집에서 독학으로 공부했고, 아들(15)과 딸 기연양이 태어난 후에는 한국어 학습지 교사를 불러 아이들과 함께 한국어 공부를 했다. 어머니 강씨는 "혹시라도 나 때문에 아이들의 말이 늦을까 봐 어릴 때부터 학습지 공부를 시키고, 한국어로만 이야기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우연히 한국외대 다문화교육원의 이중언어영재교실을 알게 됐고, 딸을 보내게 됐다. 엄마와 외할머니가 중국어로 대화하는 것을 들었던 기연양에게 중국어는 낯설지는 않았지만 어려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기연양은 "같은 단어라도 억양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성조(聲調)가 가장 어렵다"며 "그래도 모르는 게 있으면 엄마에게 물을 수 있어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엄마, 아빠 나라말 경연대회에서 기연양이 선보인 이야기는 '작은 노란 강아지 저금통.' 엄마가 사준 저금통에 관한 이야기로, 저금통 덕분에 돈을 함부로 쓰지 않고 절약하는 습관을 들였다는 게 요지다. 이 글은 기연양이 한국어로 쓰고 엄마가 중국어로 바꾸는 것을 도와줬다.

기연양이 상을 타고 보니 집안 분위기도 확 달라졌다. "처음 시집왔을 때만 해도 중국어를 사용하는 것을 싫어했던 시댁에서 이젠 '중국이 대세니까 중국어를 잘 해야 한다'면서 손주들이 중국어 배우는 것을 적극 지지하고 있어요." 어머니 강씨의 말이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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