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 재정정책 경기안정에 기여 못해” 비판, 내년 경기부진 심화 막으려면 재정 늘리고 금리 내려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3.0%로 하향했다. 정부의 전망치 보다 1.0%포인트 가량 낮은 수치다. 내년 상반기에는 2.2%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겠지만 하반기에는 대외적 상황이 개선돼 성장률이 3.7%까지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정부의 올해 재정정책이 경기 안정에 기여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며 경기 부진을 막기 위해서는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KDI는 25일 내놓은 ‘2012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우리나라는 수출과 내수의 점진적 개선을 바탕으로 회복세를 나타내며 3.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KDI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기획재정부 전망치 4%보다 1%포인트 낮을 뿐 아니라 KDI가 9월 밝힌 수정 전망치 3.4%보다 0.4%포인트 하향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3.6%를 비롯해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내년 경제 성장률을 3% 초ㆍ중반으로 예측하고 있어 재정부도 성장률 전망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KDI는 국제 유가는 내년 연평균 배럴당 100달러 내외를 기록하고, 실질실효환율로 평가한 원화가치는 연평균 7% 내외로 오른다고 전제했다. 부문별로 민간소비는 올해(1.7%)보다 증가폭이 확대된 2.7%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설비투자는 투자수요의 완만한 회복과 자본재 수입비용 감소 등에 힘입어 내년 5.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건설투자도 완만히 개선돼 올해보다 2.3% 늘어날 것으로 봤다. 무역수지는 원화가치 상승으로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올해 377억달러에서 내년 304억달러로 감소하고 여행수지가 포함된 서비스수지 및 본원ㆍ이전소득수지는 올해 30억달러 흑자에서 내년 50억달러 안팎의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 봤다.
KDI는 올해 성장률이 2.2%로 예상해 성장률이 지난해(3.6%)부터 내리 3년간 3%대 성장을 넘지 못해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고영선 KDI 연구본부장은 “내년 경기를 감안할 때 정부가 고수하는 균형재정보다는 경기부양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KDI 이재준 연구위원은 “경기 여건이 디플레이션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경기 안정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KDI는 성장률 답보를 막기 위해 재정지출 확대와 금리인하를 제시했다. KDI는 총지출 확대를 포함해 경기 대응력을 높이는 정책을 권고하며 “현재 내년도 재정정책 기조는 올해보다 다소 확장적이지만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더욱 확장적으로 운용해 경기안정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통화정책도 현 경제여건과 정책대응 여력을 감안해 금리를 추가로 내려 경기 부진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어 금리 인하에 따른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KDI는 올해 정부의 재정정책이 성장에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고영선 KDI 연구본부장은 “주요 경제기관들이 올 초에 경기 부양보다 재정건전성 회복이 중요하다고 전망했지만, 실제로 경기가 예상보다 나빠졌으면 정부는 즉시 재정을 더 풀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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