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이 높은 일부 구역을 제외하고 뉴타운 등 대부분의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은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출구전략의 가장 큰 걸림돌은 그 동안 추진위나 조합이 사용한 돈을 되갚아야 하는 '매몰비용'이다.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장이 가장 많은 서울시는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매몰비용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시 재정만으로는 매몰비용 감당이 힘들고 뉴타운 정책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방자치단체에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주민들이 개발이익을 전제로 사업을 추진한 것인데 수익이 기대에 못미쳐 철회하는 데 그 비용을 국고로 지원하는 것은 수용 불가"라는 입장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투자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에 있다'며 정부 예산 투입이 맞지 않다며 국토부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하지만 교착 상태에 빠진 매몰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제주도민이 서울 사람의 투자 실패에 들어간 비용을 세금으로 메우는 방식은 원칙적으로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는 중앙정부 지원이 없으면 문제 해결이 요원해 예외적으로 이번에는 일괄적으로 지원해주되 회계상 투명하게 확인되는 최소 필수경비만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민단체도 비슷한 입장이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감시팀 간사는 "국고가 매몰비용에 지원되면 안 되지만 일부 지자체는 파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최악의 경우를 막기 위해 중앙정부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해당 지자체가 일차적으로 지원 책임이 있지만 부동산 경기침체와 취득세 감면 등으로 지자체 세수가 줄고 있는데다 정부의 책임도 일부분 있는 만큼 정부가 무조건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 정책을 믿고 따라온 주민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며, 정부가 예산을 투입한다면 보상이 아니라 인센티브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법적으로 정부가 지자체 재정을 보조하게 돼 있는 만큼 정부의 매몰비용 보조가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며 "뉴타운 사업은 부추긴 정부 책임도 있고 현실적으로 사회적 비용이 너무 커 사회 전체에 부담이 돼 문제 해결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예상하는 만큼 매몰비용이 크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변창흠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뉴타운 사업에는 투자 목적의 외지인들이 많이 포함돼 있고 이들은 뉴타운 사업이 끝나면 집값이 폭락하기 때문에 중단을 원하지 않는다"며 "실제 뉴타운 사업을 중단할 지역은 많지 않기 때문에 지원될 매몰비용도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으며, 정부도 책임이 있다는 측면에서 설계비 등의 기본 비용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명분 부족과 형평성 때문에 지원이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찮다. 이상호 GS건설 소장은 "국고 투입에 대한 설득력 있는 명분이 부족하고 조합의 자금 집행이 불투명해 경비 확인이 쉽지 않은데다 추진 단계별, 지역별로 매몰비용이 천양지차여서 예산 지원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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