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가 우리 정부 때문에 부당한 손해를 입었다며 처음으로 투자자ㆍ국가 소송(ISD)을 제기했다. 외환은행에 투자해 ‘먹튀 논란’의 주인공인 론스타가 당사자다. 소송 기관은 국제중재기구인 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이며, 소송 취지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매각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한-벨기에ㆍ룩셈부르크 투자협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론스타는 약 2조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론스타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다. 지난 2월 국세청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매각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한 것과, 2007년 HSBC에 외환은행 매각을 추진할 때 금융위원회가 매각승인을 부당하게 지연했다는 것이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외환은행 지분매각 주체인 론스타 자회사가 벨기에에 있었기 때문에 한국의 과세가 잘못됐다는 것이고, HSBC 매각승인 지연은 차별적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정부는 양도소득세의 경우 당시 론스타 고용인이 국내에 상주하면서 용역을 수행했기 때문에 국내 고정사업장이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벨기에의 론스타 자회사도 세금 회피를 위한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해 협정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HSBC 매각승인 지연은 당시 검찰수사에 따라 불가피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2조원대의 배상금 유무나, 단순한 시비를 가리는데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공정하고 신뢰할 만한 투자처라는 점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섣부른 농간이 통하지 않는 견고한 행정력을 갖춘 국가라는 점을 대외적으로 입증해야만 한다. 우리로선 도전이자 기회인 셈이다. 일각에선 이번 일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의 당위성이 확인됐다며 정치공세를 벌이고 있지만 가당찮은 소리다. 정부는 차분하고 빈틈없이 소송에 대비해 외국인들이 우리의 행정력을 얕보지 못하도록 좋은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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