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라톤에는 왜 손연재 같은 신세대 스타가 없는가. 얼마전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리듬체조 손연재 선수의 갈라쇼를 보면서 스포츠에도 우리나라 문화와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호스피탈러티(접대)가 결합된 고급 관람 문화가 만들어 졌다는 사실에 큰 감동을 느꼈다. 경기장에 가득 찬 관중을 보면서 이것을 즐기는 대한민국 국민들, 행사를 만들어 내는 스포츠 마케팅 회사들, 그리고 다른 나라 참여 선수들의 모습을 기억하니 가슴 한 켠이 훈훈해 진다.
이처럼 스타 1인이 만들어 내는 가치는 스포츠를 인기ㆍ비인기종목으로 나눌 정도로 국민의 관심사를 이끌어 내고, 기업과 제품의 참여를 극대화 시켜 미디어의 관심과 관련 산업의 발전을 촉진시켜 나간다.
25일 경부 역전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한국 마라톤의 산실로 평가 받는 이 대회는 58년 동안 마라톤의 질적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되어왔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마라톤은 과연 앞으로 달리고 있는가. 손기정, 황영조, 이봉주의 뒤를 이은 한국 마라톤 기록은 10여 년 전에 나온 최고기록(남 2시간7분20초ㆍ여 2시간26분12초) 근처에도 못 미치고 앞으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뒤로 달리고 있다. 지난 런던 올림픽과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에서도 한국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미국의 보스턴 마라톤 대회는 1896년 아테네 올림픽 노메달의 수모를 겪은 미국 육상 협회가 마라톤 발전을 위해 시작한 것이 단초가 됐다. 손기정 선생의 베를린 올림픽마라톤 우승이나 1992년 바르셀로나에서 거둔 황영조의 금메달은 우리 국민 속에 마라톤 DNA가 뿌리 깊이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증거다.
의 저자인 영국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밈'이란 문화유전자의 개념을 통해 사회의 발달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과거의 습관이나 기록을 통해 진화 한다는 것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마라톤 DNA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무조건 1등을 해야만 한다는 1등 주위를 버려야 한다. 손기정, 황영조 등 그들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1등 주의가 아니었다. 최근 한국 마라톤 기록을 보면 1분 기록 단축도 어려운데 어떻게 1등을 할 수 있겠는가. 한국 스포츠가 세계 대회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은 메달 중심의 전략 수립, 즉 포상제도, 병역면제, 직장 제공 등의 철저한 선수 복지중심의 전략적인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졌다. 선수들이 달리는 본질적인 이유에 조금 더 포커스를 맞춘 정책이나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선수를 키우기 위한 시스템이다. 1등이 아니라 1등을 만들기 위한 기술이나 제도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시스템의 기본이 되는 것이 '기본으로 돌아가라'이다. 마라토너가 되기 위해서는 중ㆍ장거리부터 육성을 하는 것이 시급하고 중ㆍ장거리 선수를 위해서는 단거리 선수부터 육성해야 한다. 우리가 말하는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초가 되는 육상, 기본이 되는 초, 중, 고교의 선수층을 확대 시키는 것이다.
스포츠 선진국 미국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많이 따는 것도 바로 기초 종목인 육상 수영으로부터 시작 하듯이 기본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크고 작은 이벤트들(대회)이 많아서 선수들이 자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대회 개최를 위해서는 기업의 참여와 재정적인 지원들이 필요 하다. 일부 스포츠 용품 기업들이 마라톤이나 대회를 개최하지만 자신의 브랜드 홍보나 제품 판매를 위한 프로모션의 개념으로 개최하다 보니 아마추어 중심의 이벤트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마지막은 결과로 모든 것들을 판단하는 국민들의 시선도 기대도 변해야 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쟁에서의 승리는 기술적인 승리가 아니라 지원과 시스템의 승리가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수준 높은 스포츠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력으로 모든 것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기초 종목의 발전이 전체종목으로 확대 발전 되어야 한다.
한국 마라톤의 DNA를 복원하고 이어가기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 세계 육상의 미래를 위해 달리는 경부 역전마라톤이 철책선을 넘고 한국을 넘어 아시아로 세계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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