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저녁 서울광장에선 특별한 무대가 펼쳐졌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에도 2,000여명의 관객들이 집중한 무대는 영화 '26년'의 콘서트다. 영화 제작자의 감사 인사를 시작으로 행사는 배우들의 시네마 토크, 영화 테마곡 OST에 참여한 가수 이승환의 미니 콘서트로 이어졌다.
19일 저녁 건국대에선 영화 '가문의 귀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여느 제작보고회와 달리 '장삼건설 창립 10주년 기자회견'의 컨셉트로 스티브 잡스의 패션을 흉내 낸 주연배우 정준호가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제작보고회를 마친 뒤 이어진 쇼케이스에선 배우들이 팬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이벤트가 열렸다. 팬을 업고 무대를 돌거나 함께 싸이의 말춤을 추며 팬들과의 친밀도를 높였다.
영화의 홍보 전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한 달에 수십 편씩 쏟아져 나오는 영화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콘서트 등 색다른 이벤트를 영화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서울광장 콘서트를 연 '26년'출연진들은 20일 다시 모여 서울 삼성동의 한 식당을 빌려 국수장사를 했다. 극중 진배가 포장마차에서 국수를 판 것을 모티프 삼아 예비 관객들을 초청해 무료로 국수를 제공하며 영화를 홍보하는 자리였다.
영화 '후궁'의 경우는 홍보 기간 성년의 날이 있어 팬들에세 술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고, 주부 관객을 위한 대낮 시사회를 열거나, 경희궁에서 전통의상을 한 배우들이 쇼케이스를 열고 팬들과 만나기도 했다.
보통 영화가 만들어지면 개봉 4,5주 전 제작보고회를 하고, 개봉 1,2주 전 기자 시사회를 필두로 VIP시사회 등 점차 영화의 인지도를 높이는 활동을 펼친다. 시사회 직후 주연 배우들은 인터뷰의 고역을 떠안아야 한다. 무가지나 온라인 매체가 많이 생기면서 이들이 인터뷰를 소화해야 할 매체는 60여 개에 달한다. 매체 당 1번씩 하려면 하루 종일 해도 5,6일이 필요하다. 배우들은 "인터뷰 하다 멘붕이 오는 것 같다. 영화 찍는 것 보다 인터뷰가 더 힘들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이들은 또 TV 예능에 얼굴을 비춰 스스로 망가져가며 영화를 홍보해야 하고, 중간중간 게릴라성 이벤트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나야 한다.
한국 영화의 홍보 마케팅 비용은 전체 제작비의 3분의 1가량 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한국영화 총제작비에서 마케팅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30%를 넘었다.
큰 영화들의 마케팅 비용은 수십 억에 달한다. '도둑들'은 총제작비 150억원 중 40억원이 마케팅 비용이었고, '광해, 왕이 된 남자'도 90여억원중 30억원을 마케팅에 퍼부었다. 작은 영화도 다르지 않다.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피에타'는 순제작비 1억5,000만원을 들여 만들었지만 마케팅에 7억을 쏟아 부었고 '부러진 화살'도 순제작비는 5억원인데 마케팅비로 10억원을 쓰는 등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벌어진다.
영화 개봉 1,2주 안에 흥행하지 못하면 금세 스크린에서 사라져야 하는 살벌한 현실이 더욱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도록 몰고 있다. 정작 돈이 필요한 영화 제작 현장은 궁핍해지고 있어 전문가들은 "지나친 마케팅 비용 부담이 결국 영화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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