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울 대역전 경주대회(이하 경부역전마라톤)는 한국 육상의 젖줄입니다. 중학생부터 실업팀 선수들까지 남녀를 불문해 같은 조건에서 레이스를 펼칠 수 있는 유일한 대회이기도 합니다. 한국 육상의 꿈나무들이 첫 걸음을 떼는 무대와 같습니다."
25일 오전10시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파주 임진각까지 528.8㎞ 국토종단 대장정의 출발 총성을 울리는 제58회 경부역전마라톤(한국일보 대한육상경기연맹 스포츠한국 공동주최) 경기본부장 황규훈(59ㆍ삼성전자 육상단)감독의 말이다. 황감독은 한국에서 육상으로 밥벌이 하는 이들은 반드시 이 대회를 거쳐야 명함을 내밀 정도로 모든 육상인들의 등용문 코스라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근에는 마라톤 열기가 다소 시들해졌지만 한국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 2개를 따낸 국가로 다른 나라의 질시 어린 부러움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는 특히 사상 처음으로 비무장지대 외곽 민간인통제구역(통일대교~군내삼거리 7.2㎞)으로 코스를 연장해 의미를 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에서 열리는 지바 국제역전경주대회에 한국 선수단을 이끌고 참가중인 황감독은 23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일본과 한국, 중국을 잇는 국제역전마라톤대회도 조만간 현실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감독은 1970년 육상 명문 서울 배문고 1학년 때 경부역전마라톤과 첫 인연을 맺은 이래 38년 동안 선수와 지도자로 참가 명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그는 "당시에는 코스 대부분이 비포장 도로여서 운동화 밑창이 너덜 거리기 일쑤였다"며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쏟아질 때는 추위는 물론 진흙탕 길을 헤쳐 나가야 하는 악조건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황감독은 건국대에 진학한 73년에는 고향 전북대표로 이름을 올려 오태식 김향조 등과 함께 전북 육상의 황금기를 장식했다. 전북은 그 해 처음으로 경부역전마라톤 종합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중장거리 1,500m와 5,000m에서 네 차례나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운 황감독은 88년 서울 올림픽 육상 국가대표 코치를 역임한 뒤 89년부터 모교 건국대 육상부 사령탑을 맡아 숱한 마라토너를 길러냈다. 대표적으로 국내 첫 마라톤 풀코스 2시간7분대를 기록한 김이용과 형재영 장기식 오성근 제인모 등이 있다. 현역 선수론 엄효석(상무) 정진혁(건국대)을 비롯해 김민 백승호 고준석(이상 삼성전자)이 그의 조련을 거쳤다. 이로 인해 건국대는 육상계에서 '마라톤 사관학교'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대한육상경기연맹 부회장 겸 전무이사를 겸하고 있는 황감독은 30년 몸담았던 모교를 떠나 최근 삼성전자 육상단 감독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는 "마라톤은 긴 호흡을 필요로 한다"며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땅에 떨어진 마라톤 한국의 자존심을 되살릴 수 있도록 모든 노하우를 쏟아 붓겠다"고 다짐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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