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무력충돌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이스라엘에 대한 외교적 영향력이 강화되는 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 중동 전문가를 인용해 "휴전 협상 후 오바마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설득해 중동문제에 대한 미국의 뜻을 관철할 수 있는 재량이 커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오바마가 네타냐후와 껄끄러운 사이지만 이번 사태 내내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여 이스라엘 국민의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좋지 않음에도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하고, 공습 자제도 요청하지 않았다. 이집트가 중재한 휴전협상의 타결을 돕기 위해 아시아 순방 중이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현지에 급파하기도 했다.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막은 이스라엘의 미사일 요격시스템 아이언돔 구축 자금을 댄 것도 오바마였다. NYT는 "이런 정황이 오바마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틴 인디크 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는"이스라엘 국민이 오바마를 인정하고 있어 네타냐후가 더 이상 오바마에게 '노'라고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는 내년 1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NYT는 "어떤 이스라엘 유권자도 미국 대통령과 갈등을 빚는 총리를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네타냐후는 미 대선을 앞두고 오바마의 상대였던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해 오바마와 관계가 틀어졌던 만큼 더욱 오바마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다. 오바마는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봉쇄 해제, 팔레스타인인의 자유로운 이동 보장, 이란에 대한 강경노선 완화 등 중동평화를 위한 정책 이행을 본격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1기 정부에서 백악관 중동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낸 데니스 로스는 "네타냐후가 총선 이후에도 권력을 유지한다면 이들의 관계는 아랍의 봄 이후 바뀐 중동정세에 맞춰 새롭게 구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랍 전역에서 발생한 민주화 시위로 친미 성향 독재정권이 붕괴되고 반미 성향의 이슬람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동 내 미국의 입지는 크게 좁아졌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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