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주민 열 명 중 네 명은 아파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빈곤에 더해 사회적 소외감도 커 열 명 중 여섯 명은 최근 1년간 자살생각을 한 적이 있고, 실제 자살을 시도하는 비율도 국민 평균보다 4 배나 높았다.
22일 건강세상네트워크와 동자동사랑방 등이 서울대 보건대학원 학생들과 함께 서울 용산구 동자동 일대 쪽방에서 생활하는 주민 225명을 대상으로 '쪽방촌 주민 건강권 실태 조사'를 한 결과 '미충족 의료율'이 40.6%로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의 국민 미충족 의료율 20.3%의 두 배에 달했다. 미충족 의료율은 의사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진료를 받지 못했거나 중도에 치료를 포기한 비율이다.
미충족 의료 발생원인으로는 '치료비용 걱정 때문'(54.3%), '병을 아는 게 두려워서'(8.6%) 등의 순이었다. 이태현 사랑방마을공제협동조합 이사장은 "기초생활수급비에서 방값을 내고 식비 등 필수 생활비를 쓰고 나면 아파도 치료를 받을 돈이 없다"며 "자립을 위해 폐지를 줍는 등 일을 해 수입이 생기면 수급비를 깎는 현행 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쪽방 주민 중 61.5%는 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1.9%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드러난 일반 국민의 자살생각률 15.0%와 이들의 자살시도율 5.7%에 비해 4배 많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조사 대상 쪽방 주민 중 79%가 무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고 대부분 혼자 거주하면서 평균수면시간이 하루 5.75시간에 머무는 등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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