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L.A. 시드니 싱가포르 등 세계적으로 이름난 해양도시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자리한 마리나(Marina)다. 레저용 보트와 요트가 계류하는 마리나는 바다 위 해양레저 기지로 통용된다. 이용자를 위한 클럽하우스나 주차장 및 위락 시설, 녹지공간 등도 마리나에 포함된다. 국내 제2의 도시 부산 광안리에 멋지게 펼쳐진 마리나도 마찬가지다. 이제 21세기 스포츠로 각광받는 해양레저용 마리나 하나 없는 국제도시는 언감생심이다.
풍요로운 서해를 품은 인천은 일제강점기부터 항만과 발전소 등 산업시설에 해안을 내줘 마리나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서고 외국자본 유치를 위한 경제자유구역이 개발됐다. 최근에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입주가 확정되는 등 인천은 빠르게 국제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그동안 국제도시에 걸맞지 않은 해양레저시설로 고민해 온 인천에도 드디어 마리나가 생긴다. 마리나 조성에는 한진그룹 대표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앞장섰다. 서해의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한 용유도 왕산해수욕장 인근에 마리나가 조성되면 인천의 해묵은 마리나 갈증도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인천의 첫 마리나, 왕산마리나
마리나 산업은 중앙정부가 신성장산업으로 중점 육성하고 있는 분야다. 국토해양부는 '2015년까지 동북아시아를 선도하는 요트ㆍ마리나 허브국가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2011년 말 발표했다. 해양레저를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즐기고, 해외 고소득층을 국내로 유치하는 동시에 요트와 보트 등 장비 제조업, 음식 숙박 해양레저 등 연관산업에까지 파급 효과를 일으키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2015년까지 약 3만명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연안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한항공은 이 같은 정부 계획 발표 전인 2011년 3월 인천시, 용유무의프로젝트매니지먼트주식회사(PMC)와 함께 '왕산마리나 조성사업'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일찌감치 마리나 사업에 뛰어들었다.
용유∙무의 문화∙관광∙레저 복합도시 지원시설 사업으로 추진되는 왕산마리나는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인 중구 을왕동 왕산해수욕장 부근 공유수면 9만8,604m²를 매립해 요트 300척 규모 계류시설 및 해상방파제, 육상 수리시설, 클럽하우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완공 뒤에는 2014인천아시안게임의 요트경기장으로도 활용된다.
왕산마리나에는 약 1,5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국비를 포함 해 167억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1,333억원은 대한항공이 부담한다.
완공 시점은 2014년 6월로, 이르면 내년 2월 공유수면 매립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인천 해양레저발전의 도화선되나
용유도 왕산해수욕장은 바로 옆 을왕리해수욕장과 함께 인천을 대표하는 해변이다. 인천국제공항이 조성되고 영종대교와 인천대교가 놓이며 차량으로도 닿을 수 있어 여름이면 수많은 수도권 시민에게 해변의 낭만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 바라보는 서해의 낙조는 일품으로 꼽힌다.
2,500만 인구의 수도권을 끼고 있는 왕산마리나는 그 자체로 최적의 입지로 평가된다. 여기에 항공사와의 연계까지 가능해 다양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또한 만 형태의 지형이라 태풍으로부터 안전하고, 날로 늘어나는 중국과도 가깝다.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이 인접해 해외 관광객 접근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국내 해양레저 인구는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 동력수상레저기구 면허제가 도입된 이후 면허를 취득한 인구는 현재까지 12만명에 달한다. 지난 9월부터는 시험을 치르지 않고 면허를 따는 게 가능해져 지원자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지만 마리나 등 해양레저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은 빈약한 게 현실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왕산마리나는 인천아시안게임의 성공적인 개최를 지원하는 한편, 천혜의 해양도시인 인천의 성장 가능성이 싹을 틔우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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