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분야의 세계은행'으로 불리는 유엔산하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에 성공한지 20일로 한 달이 된 인천 송도국제도시. 높은 건물과 고층 아파트사이로 차가운 바닷바람이 불고 거리에는 낙엽이 뒹굴고 있지만 아직도 유치 당시의 환호와 흥분이 채 가시지 않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에 들어서면 `인천 시민 모두의 힘으로 GCF 유치 성공', `경제수도 인천, 녹색기후기금과 함께 합니다' 등 대형 현수막과 그림이 여전히 고층빌딩 곳곳에 걸려 있다.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주말이면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고, 아파트가 밀집한 부동산중개업소에도 최근 실수요자들의 방문이 부쩍 늘고 있다.
GCF 효과로 부동산 시장'훈풍'
송도국제도시가 GCF 사무국 유치 이후 가치가 수직상승하고 있다. GCF 유치 발표 이후 가장 빠른 반응이 나타나고 있는 곳은 부동산 시장이다. 미분양 물량은 대부분 소진되고, 가격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자금은 GCF 유치라는 호재를 만나자 송도의 미분양 아파트 물량을 단숨에 집어삼켰다. 인천 건설업계에 따르면 송도의 미분양 아파트는 6개 단지, 2,400가구였지만 GCF 유치 후 전체의 38%인 910가구에 대한 계약이 체결됐다. 이제 남은 송도의 미분양 아파트는 5개 단지 1,490가구 정도다. 특히 GCF 사무국 유치 이후 첫 분양 아파트 단지인 '송도 더샵 마스터뷰'는 성공적 분양으로 주목을 받았다. '송도 더샵 마스터뷰'에는 지난 9일부터 3일간 견본주택에 2만5,000명이 몰렸다.
지난 14~15일 '송도 더샵 마스터뷰' 청약 접수 결과 1천829세대 모집에 3천32명이 몰려 평균 1.66대1의 경쟁률을 기록, 전 평형대가 마감됐다.
송도 분양시장에는 분양 열기를 반영하듯 최근 좀처럼 보기 힘든 '떳다방'까지 다시 등장했다. 포스코건설 김진원 홍보팀장은 "최근 송도의 경우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는 고객이 많이 늘고 있다"면서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과 GCF 유치에 따른 개발 기대감이 어우러져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기업 투자 러시
송도에 투자하려는 해외 기업의 투자도 물밀 듯이 쇄도하고 있다.
일본 TOK사(도쿄오카공업)는 삼성물산과 합작한 TOK첨단재료㈜를 통해 송도국제도시 2만8,000여㎡ 땅에 연구소와 생산시설을 지어 내년 하반기부터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 9월 1억5.000만달러를 투자를 결정하고 반도체·LCD용 첨단재료 연구소 및 생산 공장을 건립을 협약을 체결했다. 이미 지난달 10일 송도에서 안전기원제를 마쳤으며 이어 이달 15일 일본 TOK사로부터 추가 투자 협약을 진행하는 등 세부 협약을 진행하며 단계를 밟고 있다.
세계적 식품·아미노산·조미료 공급 기업인 아지노모도사도 15일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 제넥신의 세포배양배지 제조시설을 송도 첨단산업클러스터단지 내에 건립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아지노모도와 제넥신은 이 사업을 위해 올해 안에 자본금 357억원 규모의 합작사(아지노모도 268억원 투자)를 설립하고 내년 초에 연구소 및 생산시설 착공에 들어가 2014년 상반기에 준공을 계획하고 있다.
중국 기업도 몰려오고 있다. 중국의 카메라 모듈 제조회사인 IMATEC. IMTEC는 국내 액정평판 디스플레이 제조사인 한울정보기술㈜와 지난 8월 송도국제도시 4공구 내 산업용지에 2500만달러를 투자해 백라이트 유닛과 터치스크린 분야의 제조 및 연구개발 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 반도체 기업인 미국 앰코테크놀로지(Amkor Technology)사는 지난 5월 송도5·7공구에 10억 달러를 투자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함에 따라 글로벌 R&D센터와 최첨단 생산라인이 건설될 계획이다.
과도한 규제 완화 시급
GCF 유치는 부동산 시장 뿐 아니라 지지부진하게 진행돼 오던 각종 사업에도 새로운 동력을 제공했다. 송도컨벤시아 2단계 건립사업은 지난 7일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 국비 확보를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 송도에서 서울역까지 27분에 주파할 수 있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건설 사업도 조기 건설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하지만 송도가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2003년 경제자유구역 지정 후 송도에는 현재까지 도시 조성을 위해 민간자본을 포함, 27조원이 투입됐지만 외국인 투자는 지난 9월 현재 10억7,000만달러(약 1조1,000억원)에 불과하다. 거주 외국인도 송도 전체 주민 5만7,000여 명의 1.5%에 그쳐 국제도시라는 명칭에 오점을 남기고 있다. 인천발전연구원 관계자는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등 주변국 경쟁도시에 비해 과도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해외 고급인력 유치에 필요한 교육·의료·언어·문화 등 거주 인프라를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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