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익 세력이 내달 16일 총선을 앞두고 보수 우경화 색채의 공약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독도와 센카쿠 열도 문제 등으로 한국과 일본,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경색됐지만 이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한 외교를 앞세워 표를 모으려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3년여 만에 정권을 탈환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민당은 대표적 극우 인사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재의 우익적 국가관을 상당수 공약에 반영했다. 2006년부터 1년 가량 총리를 지낸 그는 최근 자민당 총재에 다시 등극한 뒤 "임기 중 못다한 일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위청을 방위성으로 승격하고 헌법개정 절차를 정한 국민투표법과 개정교육기본법을 제정한 상태에서 총리직에서 물러난 만큼 다시 총리가 되면 헌법 개정과 교과서 검정에 뚜렷한 보수 색깔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재는 전쟁 금지 등을 규정한 헌법 9조를 수정할 경우 예상되는 반발을 피하기 위해 헌법은 그대로 두고 헌법해석을 바꾸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맹국이 공격받을 경우 타국을 공격할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명확히 하는 것도 이런 시도의 하나다. 아베 총재는 사실상 군사력 강화를 꾀하기 위해 군대(국방군) 보유를 명기한 개정헌법 초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아베 총재는 헌법 96조에 명시된 "헌법 개정에는 중의원 3분의 2이상이 찬성이 필요하다"는 조항을 2분의 1 이상으로 개정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총리 재직 당시 교육기본법 개정을 관철, 독도의 일본 영유권을 주장하는 교과서를 대폭 확대한 아베 총재는 '인접 아시아 국가와의 사이에 일어난 근현대적 역사적 사실을 다룰 때 국제 이해와 국제 협조의 시각을 배려해야 한다'는 근린제국조항도 수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이 조항에 따라 일본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대동아전쟁' 등의 표현을 금지했기 때문에 수정 방향에 따라 주변국을 자극하는 표현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자민당의 공약이 어디까지나 공약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한 아베 총재가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반대에 부딪칠 가능성이 있는데다 대표적 친미주의자인 아베 총재가 스스로 독도와 센카쿠 갈등을 부추겨 한국과 중국을 자극함으로써 미국을 외교적 궁지로 모는 상황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극우 성향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전 도쿄도지사가 20일 전쟁 억지력 확보 차원에서 핵무기 모의실험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등 다른 우익들의 도발적인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이시하라 전 지사는 최근 극우 정치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이 이끄는 일본유신회 대표로 취임했다. 일본유신회는 내달 총선에서 자민당과 민주당에 이어 제3당을 차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일본 정계의 관계자는 "차기 총선에서 자민당이 제1당이 되더라도 과반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일본유신회와 손잡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일본유신회의 입김이 세져 일본 정치가 더욱 보수 우경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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