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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공약 뜯어보기 준비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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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공약 뜯어보기 준비운동

입력
2012.11.2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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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ㆍ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의 단일화 협상이 막바지 단계다. 본격적 공약 비교검증을 준비할 때다. 단일화 전망이 불투명했던 동안에는 솔직히 공약 비교도 별 의미가 없었다. 이제 닷새 뒤면 양자, 또는 삼자의 공약을 제대로 뜯어볼 수 있다.

공약을 견주어 살피는 잣대는 여럿일 수 있다. 다만 주요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이 많이 수렴한 데다 안 후보의 실용성 강조로 야권의 중심 이념성향이 흐려진 만큼 진보ㆍ보수의 잣대를 그대로 들이대기는 어려워졌다. 반면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끝난 반복적 경험의 교육효과 덕분에 유권자의 주관적 공약평가 수준은 크게 높아졌다. 그 대표적 예가 공약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관심이다. 특히 필연적으로 비용을 수반하는 민생공약에 대해 재원조달 방안을 함께 밝혀달라는 요구가 어느 때보다 크다. 따라서 공약에 재원조달 방안이 있는지, 그것이 얼마나 사회ㆍ경제적 현실과 합치하는지를 공약 뜯어보기의 으뜸 잣대로 삼을 만하다.

이 잣대로는 주요 후보들의 공약은 대부분 낙제다. 지난달 중앙선관위가 10대 분야를 선정해 각 후보의 관련 공약을 공개했다. 5년 전 이명박 후보의 '747(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위 경제대국)'과 같은 성장의 수치목표가 사라졌다. 수치목표는 고사하고 성장 자체에 대한 관심도 흐리다. 최근 박 후보의 잇따른 언급이 예외일 정도다.

반면 우선 순위나 세부 내용에서 차이가 있지만 박ㆍ문ㆍ안 세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와 일자리, 복지를 핵심 공약에 넣었다. 특히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에 강한 의욕을 표하며 비슷한 다짐을 했다. 박 후보는 2015년까지 공공부문 상시 업무를 전면 정규직화하고, 대기업의 상시 업무도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2017년까지 전체 산업의 비정규직 비중 30% 이하 감소와 공공부문 상시 업무의 전면적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안 후보도 공공부문 2년 이상 지속적 직무에 정규직 고용을 의무화하고 과도한 비정규직 사용업체는 정부조달 정책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 강제 및 민간기업의 전환 유도라는 내용이 한결같다. 정규직 전환이 공공부문의 예산증액, 민간기업의 비용 증가를 부를 것이 뻔한데도 그 비용을 최종적으로 정부와 기업이 어떻게 나눌지는 셋 다 '생략'했다.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양극화 해소의 궁극적 방안이고, 청년실업 문제 등 한국사회의 복합적 증상에 대한 가장 유력한 대증요법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약으로 들고 나오려면 세계경제 전망과 한국경제의 잠재력에 비추어 어느 정도의 성장이 가능하고, 그 결과 어느 정도의 세수 증대나 기업의 투자 확대가 가능할지를 먼저 가늠해야 한다. 설사 일자리 늘리기 목표를 먼저 잡더라도 그에 필요한 세수 증대나 투자 확대 유도 방안은 내놓아야 한다. 세계경제 전망이 이리도 흐리고, 사회 전체의 분배구조 변화를 지향해야 할 '경제민주화' 논의에서 '대기업 때리기' 색채가 짙어지는 마당이고 보면 일자리 늘리기는커녕 일자리를 줄이지 않는 것만도 다음 대통령에게는 버겁다.

두 번째로 빠뜨리지 말아야 할 잣대가 입법 가능성이다. 입법이 필요한 공약이라면 급격한 정계개편이 없는 한 2016년 4월까지 지속될 현재의 의석분포를 감안해야 한다. 여당이 압도적 다수의석을 점한 상태에서도 여당 내 소수파의 협조를 얻지 못해 대통령의 정책의지가 관철되지 못하는 나라에서 소수파 여당에 의존하는 대통령의 정책 한계는 크게 마련이다. 여론의 압력에도 무한정 기대하기 어렵다. 사사건건 무조건 대립하는 정치권과 함께 국민 또한 절반으로 갈린 현실을 직시하면 할수록 그렇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장밋빛 아련한 희망보다 아픈 현실에 유권자들이 눈떠야 한다는 것처럼 서글픈 일도 드물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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