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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른 표정들이지만… 영혼 울리는 화음 빚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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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른 표정들이지만… 영혼 울리는 화음 빚어내다

입력
2012.11.2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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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하얀 조명이 켜지자 1,000석 규모의 관중석은 일제히 숨을 멈췄다. 교복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영혼의 소리로’ 단원들의 표정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350여 차례 크고 작은 공연을 펼쳐온 ‘베테랑 합창단’이었지만, 이날 만큼은 아주 특별한 무대였던 탓이다. 10년 동안 자신들을 지원해준 JW중외그룹의 사내합창단과 처음으로 함께 무대에 서는 날이었다.

20일 오후 서울 양재동 한전아트센터에서 박제응 교수의 지휘로 진행된‘영혼의 소리로’의 열 번째 정기공연. 단원들은 1년간 준비한 곡들을 정성껏 선보였다. 단원 대부분이 뇌병변, 정신지체, 다운증후군 등 중증 장애인인 까닭에 표정은 각양각색이었지만 울려 퍼지는 노래 소리는 어떤 선율보다 아름다웠다.

공연이 중반으로 접어들자 까만 정장 차림의 JW사내합창단원들이 무대에 합류하면서 분위기는 한층 달아올랐다. 40여명의 목소리가 더해져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등의 주제곡을 멋들어지게 뽑아내자 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영혼의 소리’로 합창단 실력은 수준급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09년 이들이 거주하는 경기 홀트일산복지타운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합창단의 공연을 보며 눈물을 훔쳐 ‘대통령 내외를 울린 합창단’으로도 유명하다.

이 합창단과 중외그룹의 인연은 2003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대한간호협회 창립 80주년 기념식장을 찾은 이종호(80) 중외그룹 회장은 ‘영혼의 소리로’를 만난 뒤 잠시 넋을 놓았다. 합창단의 노래를 들은 이 회장은 “천사들의 합창”이라고 극찬했고, ‘사랑의 후원 결연’을 맺은 뒤 지속적인 후원을 약속했다. 합창단 공연이 있을 때마다 현장을 찾아 단원을 격려했으며, 설 추석 등 명절은 물론 틈나는 대로 홀트일산복지타운에 들러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이날 합동 공연은 이렇게 10년간 이어진 사랑의 결실이기도 했다. 지난 3월, 단순한 취미 생활을 넘어 음악을 통해 주변의 불우한 이웃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자는 생각으로 똘똘 뭉친 중외그룹 임직원들의 협연 제안이 받아들여졌다.

협연에 나설 사내 합창단 창단 오디션에는 20대 새내기부터 50대 임직원까지 지원했고, TV의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 못지않게 치열한 경쟁을 통해 40명이 선발됐다. 이후 매주 한 차례씩 서초동 본사 강당에 모여 입을 맞췄다. 감동의 화음을 빚어낸 것도 이런 노력 덕택이다. 사내 합창단 최고참인 정경윤(50) 상무는 “젊은 직원들과 연습해 온 공연을 성공적으로 선 보여 뿌듯하다”며 “음악으로 마음을 치유한다는 게 어떤 치료보다도 의미 있는 활동이란 걸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공연을 마친 ‘영혼의 소리’ 단원 서유정(10ㆍ지적장애 3급)양도 많은 ‘언니’, ‘오빠’ 사이에 둘러싸여 함박 웃음을 그칠 줄 몰랐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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