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맞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것이 어제로 15년이 됐다.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IMF의 구제금융 이후 우리 삶은 갑작스레 변화했다. 대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고, 구조조정이라는 생소한 용어가 등장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쫓겨나 거리로 내몰렸다. 노숙자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되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다. 국민들은 달러부족을 메우기 위해 '금 모으기 운동' 등을 벌이며 환란을 극복했다. 덕분에 우리 경제가 가파르게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성공적으로 외환위기에서 탈출했다. 이후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를 넘어섰고, 국가 신용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 됐다.
하지만 후유증도 적지 않았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의 잠재성장률은 점차 낮아졌고 분배 구조는 악화했다. 1997년 6.1%였던 잠재성장률은 올해 3.7%(추정)로 낮아졌다. 전체 중간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대적 빈곤 인구의 비중도 같은 기간 8.7%에서 15.0%로 높아졌다. 우리 경제규모는 대폭 확대되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그 과실이 한쪽으로 쏠린 것이 문제였다.
1,000조원에 가까운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자라고 있다. 성장동력은 떨어지고 소득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미래의 전망도 밝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012∼2017년 3.4%, 2018∼2030년 2.4%, 2031∼2050년 1.0%로 추정하고 있다. 저성장을 넘어 제로성장에 다가가는 추세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갈망은 이런 배경에서 시작됐다. 양극화를 치유하고 성장동력도 함께 키워나갈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 것이다. 1980년대의 시대적 요구가 정치민주화였다면, 이제는 경제민주화다. 대선 후보들도 하나같이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제체력은 허약한 상황이고 미국이나 유럽 등 주변 상황도 좋지 않다. 내달 선거에서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다음 정부는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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