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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돌볼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로 '문제아' 보듬어야

입력
2012.11.2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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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가 학교와 달리 학력 인정… 체험·인성교육으로 적응도 높아

전국에 태봉고 등 3곳에 불과

청소년 쉼터 턱없이 부족하고 주민들 곱지않은 시선도 고충

자립 지원관 등 더 많아져야

"일반 학교에 다녔다면 중퇴했겠죠.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요. 학교도 꼭 졸업하고, 패션디자이너의 꿈도 이룰 거예요."

소위 문제아로 찍혔던 김모(17)양에게 공립형 대안학교(대안교육 특성화학교)는 인생의 기회였다. 부모님의 이혼 이후 엄마, 언니와 함께 살던 김양의 가족은 경제적으로 늘 쪼들렸다. 일하는 엄마와는 대화가 없었다. 김양은 밖으로 돌았다. 가출을 하고, 술과 담배도 했다. 선생님도 김양을 포기했다. 지난해 중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고등학교 진학을 미루고 아르바이트를 해 생활비를 보태야 했다. 경남 창원시의 태봉고에 다니게 된 김양은 비로소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왔다. 무료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생계 걱정이 없어지자 학교에 집중할 수 있었고, 패션디자이너라는 꿈도 키우게 됐다. 김양은 학교 지원으로 디자인학원에 다니고, 교내 재봉실에서 옷을 만들기도 한다. 김양은 "예전 학교에서는 문제아 취급을 받았지만 이 학교에서는 누구도 나를 선입견을 갖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태봉고는 학업 중단 위기의 학생들을 공교육 안에서 보듬겠다는 취지에서 세워진 공립형 대안학교다. 재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일반학교처럼 학력은 인정받지만, 교육과정은 체험학습과 인성교육 위주다. 분위기가 자유로워 일반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던 친구들도 태봉고는 잘 다닌다.

태봉고 같은 기숙사형 대안학교는 가출과 학업중단 위기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범죄의 늪에 빠지지 않고 학교에 머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여태전 태봉고 교장은 "기숙사가 없는 다른 공립형 대안학교에서 아이들 출결이 좋지 않아 교육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태봉고는 24시간 돌봄체제로 개교했다"고 말했다. 단지 학교부적응 때문이 아니라 가정 내 폭력이나 방임, 빈곤 등으로 학교에 못 나오는 학생은 대안학교조차 박차고 나가기 쉽기 때문에, 돌봄과 교육을 함께 제공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공립형 대안학교인 경기대명고 교장으로 2년간 근무했던 정진수 경기 안성시 서운중 교장은 "아이들 상당수가 집안의 경제적 사정으로 어릴 때부터 방치돼 왔고, 학부모들도 학교에서 도맡아 지도해주길 바라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태헌 경기대명고 교장도 "귀가 후 아이들을 잡아줄 가정 형편이 안 되는 경우에는 학교에서 아무리 지도를 잘 해도 가출, 비행 등 유혹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출 위기 청소년들을 품을 수 있는 학교는 크게 부족하다. 각종학교인 서울다솜학교와 인천해밀학교를 포함한 공립형 대안학교는 전국에 6곳뿐이고, 이중 기숙사가 있는 학교는 태봉고를 비롯해 3곳에 불과하다. 시ㆍ도교육감이 해당 지역의 학생만 받도록 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여태전 교장은 "전국 각지에서 입학을 문의해 오지만 경남도 내의 학생에게만 열려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원래 다니던 학교에 적을 두고 교육만 위탁실시하는 위(Wee)스쿨도 있지만, 전국에 3곳뿐이다. 전국 120여개 비인가 대안학교는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 같은 공교육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가출 청소년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은 청소년쉼터뿐이지만 역시 역부족이다. 2004년부터 운영되는 청소년쉼터는 단기 쉼터에서 최장 6개월, 중장기 쉼터에서 최장 3년까지 머물며 상담, 학업이나 취업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쉼터의 교육 프로그램은 교과부가 인정하지 않고 있고, 교과부와 연계해 학교로 돌아가게끔 유도하는 정책도 부족하다. 김은녕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회장은 "가출은 했어도 배움의 욕구가 있는 아이들을 위해 교과부와 연계한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쉼터 수도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적으로 쉼터 수는 92곳, 수용 가능한 가출청소년은 892명에 그친다. 지난해 경찰 통계에 잡힌 거리 청소년 2만9,281명 가운데 3% 수준만 쉼터의 보호를 받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혐오시설 취급을 받으며 수차례 이사를 하는 쉼터들도 많다.

너무 많은 청소년들이 생활하는 환경을 참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도 있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의 '2010년 가출청소년 및 청소년쉼터 실태조사'에 따르면 쉼터 거주 청소년들은 5명 이상이 한 방에서 머무르는 경우가 25.7%다.

전문가들은 쉼터가 가출청소년들이 잠시 머물다 가는 공간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아이들의 홀로서기를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10년 여가부 보고서에 따르면 쉼터 이용 청소년들의 80%가 취업이나 학업 등 자립에 대한 욕구가 상당히 높았다. 김은녕 회장은 "쉼터의 대안 교육이나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쉼터를 퇴소한 아이들이 살 수 있는 '자립지원관' 등 독립된 생활 공간 건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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