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자민당 총재가 일본은행에 연일 무제한 금융완화를 강력히 요구하는 등 고의적인 인플레이션 정책을 유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유력한 차기 총리의 강경 발언에 고가 행진하던 엔고가 멈추고, 주가가 오르는 등 아베 랠리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고무된 아베 총리는 일본은행에 국채 직접매입을 요구하는 등 더 센 처방전을 내놓고 있어 부작용이 우려된다.
20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재는 집권하면 현재 1% 이하인 일본은행의 인플레 목표치를 2, 3%로 높이고, 이를 위해 "일본은행의 윤전기를 빙빙 돌려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 내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내수경기 진작 차원에서 '일본판 뉴딜'정책이 필요하며 그 방안으로 정부가 건설국채를 발행하고 이를 일본은행이 전량 매입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무제한 금융완화 조치로 시중에 엔화가 많이 풀리면 엔화가치가 떨어져 수출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베 총재의 발언에 19일 닛케이 지수는 9,153.20으로, 최근 2개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화도 최근 7개월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2차 대전 당시 일본은행이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정책을 실시한 뒤 통화남발로 물가가 90배나 올라 국민생활이 파탄난 적이 있다"며 "이후 일본은행의 국채 직접 매입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금지수단까지 꺼내 빚더미에 올라 앉히는 대책은 내놓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은 20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9~11월 석달 연속 실시했던 추가 금융완화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평소 아베 총재의 추가완화 요구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일본은행 총재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재는 내년 4월 임기가 만료되는 시라카와 총재를 겨냥, "차기 일본은행 총재는 금융완화를 찬성하는 사람 중에서 고를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일본의 재정상태 등을 고려할 때 포퓰리즘 정책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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