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중국은 잊어라. 모든 길은 미얀마로 통한다."
빗장 풀린 미얀마 경제에 대한 일본의 구애가 뜨겁다. 'All Japan(전 일본)'을 기치로 내걸고, 민관이 합심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른 미얀마의 돈줄을 빠른 속도로 접수하고 있다.
미얀마는 지난해 3월 반세기 군부독재의 사슬을 끊고 출범한 민간정부가 개방을 가속화하면서 '신흥 제조기지' '천연자원의 보고' '아시아의 마지막 소비시장' 등 온갖 찬사가 뒤따르고 있다. 미얀마 군부정권이 외국인 직접투자를 허용한 1988~2010년 사이 투자액은 고작 85억 달러였으나 지난 해 자유화 조치 이후 불과 1년 만에 투자액은 5배(404억달러) 가까이 폭증했다.
현재 코카콜라, GE, 마스터카드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사업 타진을 위해 미얀마 정부와 협의를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가장 적극적인 곳은 역시 일본이다. 누적 투자액은 인근 중국이나 태국에 비해 적은 규모이지만, 최근 투자속도는 가장 빠르다. 일본은 지난해 8억2,200만달러를 미얀마에 투자해 전년 실적(4억9,300만달러)을 훌쩍 뛰어 넘었다.
주목할 건 일본 기업들의 미얀마 투자가 거의 모든 산업에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 대규모 자원개발 사업을 주도하는 종합상사들을 필두로 금융(미즈호, 미쓰이스미토모) IT(NTT, 다이와) 건설ㆍ엔지니어링(시미즈, 신일철, TTCL) 자동차(혼다, 이스즈) 항공(ANA)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100엔숍으로 유명한 생활용품 전문점 다이소는 지난 3월 양곤에 1호점을 출점하기도 했다.
최근의 두드러진 움직임은 막강한 자금력과 정보력,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일본 종합상사들의 농업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다. 일본의 간판 종합상사이자 최대 곡물판매회사인 마루베니는 올 들어 미얀마산 쌀과 새우를 일본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미쓰이물산도 미얀마산 쌀을 구매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모잠비크 등에 되파는 중개무역을 하고 있다. 인구의 65%가 농업에 종사하는 풍부한 인적 자산, 이모작이 가능한 천혜의 환경 등 미얀마 농업의 상품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본 기업의 공격적 투자 뒤엔 일본 정부가 있다. 지난 9월 미쓰비시 스미토모 마루베니 등 일본 종합상사 3곳은 컨소시엄을 맺고 양곤 동쪽에 위치한 띨라와 경제특구 3분의 2(2,400만㎡)에 대한 독점 개발권을 따냈다. 띨라와 특구는 미얀마 정부가 경제개발의 거점으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곳인데, 이 때 다리를 놔준 곳이 바로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정부 기관의 정보제공과 뒤이은 경쟁업체들의 과감한 합작 결정 등 일본의 일사분란한 의사결정 체계가 돋보였다"고 평했다. 일본 정부는 또 미얀마에 3,000억엔의 채무를 탕감해 주고, 신규 차관 500억엔을 제공키로 결정, 미얀마 정부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은 상태다.
이에 비하면 국내기업들의 미얀마 진출은 아직 초보단계. 최근 들어 앞다퉈 진출가능성을 타진하고 있고, 지난달 한국서부발전이 미얀마 양곤지역에 500㎿ 규모의 가스복합발전소 건설을 수주하는 등 일부 가시적 성과도 있었으나 또다시 거대잠재시장을 일본에 선점 당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조대현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얀마 진출은 개별기업차원에선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주도의 비즈니스모델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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