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후 첫 해외 순방지로 아시아를 선택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8일 첫 방문국인 태국의 방콕에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 미국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미얀마 방문에 대해서는 "극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태국에 이어 미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미얀마를 방문했다.
하지만 오바마의 고민은 아시아에 있지 않았다. 오바마는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를 옆에 두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6일째 계속되고 있는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교전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바마는 "국경 너머에서 미사일이 비처럼 쏟아지는 것을 용인할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며 "하마스가 미사일 공격을 멈춰야 평화를 위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의 이 같은 이스라엘 지지 표명은 방콕발 외신으로 전세계에 긴급 타전됐다.
지난 4년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에 외교력을 집중해 온 오바마는 이번 순방을 2기 외교정책의 핵심인 '아시아로의 전환'을 강조하는 계기로 삼으려 했다. 그러나 중동 분쟁이 그의 관심을 분산시키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전했다. 오바마는 아시아 순방 중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과 접촉을 유지하고, 참모들은 실시간 전황을 보고하고 있다. 몸은 아시아에 있어도 머리는 중동에 가 있는 셈이다. 이는 중동에서 아시아로 무게추를 옮기려는 미국 외교정책의 딜레마라는 분석이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대통령에게는 유감이지만 가자지구에게서 관심을 돌릴 수 없다"며 "양립할 수 없는 두 세력의 평화를 위해서는 미국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중동 보좌관을 했던 엘리엇 에이브럼스는 "가자지구뿐 아니라 시리아 이란 등 중동문제로부터 관심을 돌리려면 미얀마가 아니라 화성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아시아와 중동을 모두 아우르는 전략을 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존 알터만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아시아는 상당량의 연료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며 "아시아로 방향을 전환할수록 중동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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