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흔(36)이 친정 팀 두산으로 돌아왔다. 홀대에서 환대로, 드라마 같은 인생이다.
다소 많은 나이에도 친정 팀으로부터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아 온 홍성흔은 첫 번째 만남에서 단 번에 도장을 찍었다. 계약조건은 4년에 계약금과 연봉을 포함, 총액 31억원이다. 마흔 살까지 안정적인 현역 생활을 보장 받았다.
홍성흔은 2008년 두산을 떠나면서 “팀에서 제안한 금액이 생각보다 작았다”며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10년 동안 줄곧 같은 유니폼을 입었지만 우선협상기간에 만난 것은 고작 두 차례였다. 홍성흔은 “시장에서 내 가치를 알아보겠다. 협상이 빨리 이뤄지지 않은 게 서운하다”며 미련 없이 잠실을 떠났다.
당시 홍성흔과 마지막 협상을 한 두산 관계자는 김태룡 운영홍보부장이었다. 김 부장은 2시간 동안 홍성흔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홍성흔은 이미 구단 고위층에서 자신을 홀대한다는 것에 마음이 상했고, 협상마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자 떠날 마음을 굳혔다.
그리고 약 4년이 지난 19일 오후, 이제는 두산의 실무책임자가 된 김 단장과 홍성흔이 서울 모처에서 다시 만났다. 긴 말은 필요 없었다. 양 측은 계약 옵션에 합의를 한 뒤 즐겁게 식사했다. 지난 10년 동안 두산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주로 정감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두 사람은 나란히 잠실로 와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사실 김 단장과 홍성흔은 이미 전화를 통해 세부 사항에 대한 교감을 나눈 상태였다. 홍성흔은 롯데와의 우선협상기간에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김 단장은 곧바로 전화를 걸어 영입 의사를 밝혔다. 롯데가 3년의 계약 기간을 고수한 반면 김 단장은 “무조건 4년”이라는 전제로 협상을 이끌었다.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겠다고 했다. 홍성흔은 전격적인 환대를 받았다.
김 단장은 “사실 오늘 직접 부산에 내려가 계약을 하려고 했다. 식사 자리에서는 2008년 협상 당시 우여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던 상황들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며 “이전에 전화 통화를 길게 한 만큼 계약과 관련된 이견이 오고 가지 않았다. 즐거운 식사 자리였다”고 말했다.
홍성흔은 “많은 갈등과 고민이 있었다. 그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처음 시작한 곳에서 선수 생활을 마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두산에 감사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홍성흔은 올 시즌 113경기에 출전, 타율 2할9푼2리에 114안타 15홈런 74타점을 기록했다. 프로 14년 동안 통산 기록은 타율 3할3리에 915타점으로 1,000타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두산은 중심 타선 역할은 물론 홍성흔이 파이팅 넘치는 리더십으로 팀 전체 분위기를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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