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강제 휴무 이행 및 출점 제한 등을 자율적으로 논의하는 ‘유통산업발전협의회’가 출범하자마자 좌초 위기에 빠졌다. 전국 전통시장 상인 연합체인 상인연합회가 협의회에 불참키로 했기 때문이다.
상인연합회는 19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유통산업발전협의회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고 결정하고, 앞으로 시위 등을 통해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항의 수위를 더욱 높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15일 지식경제부 주재로 대형마트와 소상인단체 대표가 모여 첫 회의를 열고 대형마트의 중소도시 출점 자제 등을 결의했던 협의회가 와해될 위기에 빠졌다.
상인연합회는 불참 이유로 “진정성이 없는 구성원들과 협의회를 함께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진병호 상인연합회 회장은 “지난 15일 회의에서 협의했던 내용(인구 30만 미만의 중소도시 출점 자제, 지자체와 협의 전까지 매월 평일 이틀 자진 휴무)은 하나의 안으로서 협의회 산하 실무협의회에서 논의를 해보겠다는 것인데, 마치 우리가 다 합의를 해준 것처럼 보도가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상인연합회의 다른 관계자는 “이 보도가 나간 후 전국 전통시장 상인들이 집행부가 지나친 양보를 했다고 들고 일어났다”며 “이 때문에 집행부가 긴급 이사회를 열고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협의회를 전후로 서울 남현동, 경기 오산 세교 등에서 홈플러스의 출점 시도가 이어진 것도 상인들의 반발을 불렀다. 상인연합회는 “자율 규제에 본격 들어가기 전에 최대한 출점을 하겠다는 꼼수”라고 비난했다.
협의회가 열린 다음날인 16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가 대형마트 영업 제한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도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지경부가 사전에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역시 국회 지경위의 개정안 통과에 대해 “정부 주도의 협의회에 참가해 봤자 국회가 인정하지 않으면 의미가 있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지경부는 “협의회는 계속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상인연합회가 일단 불참을 결정했지만 “대형 유통업체와 정부의 반응을 지켜보겠다”며 재 참가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것. 지경부 관계자는 “평일 휴무는 현재 의무휴업을 하지 않는 마트들이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가 완료될 때까지 자율적으로 하겠다는 것인데 상인들이 앞으로 계속 평일에만 휴무하는 것으로 오해한 것 같다”면서 “오해를 풀고 다음달 협의회가 열리도록 실무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