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직업이 교과서에서 지나치게 편중돼 긍정적으로 기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직업들은 학생들의 직업 선호도와도 거의 일치해 왜곡된 교과서 속 직업 기술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고용노동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고등학교 7개 교과목의 16종 교과서(4,572페이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교과서에 기술된 전체 직업 중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가 64.2%로 가장 많았고, 관리자(11.8%), 서비스 종사자(7.1%), 농림어업 및 숙련 종사자(3.1%)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실제 직업 종사자 분포를 보면,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의 비율은 19.3%, 관리자의 비율은 2.1%로 교과서에서 실제보다 각각 3.3배, 5.6배나 높은 빈도로 언급됐다. 반면 사무종사자는 16.5%나 되지만 교과서에 나타난 직업 중 비율은 2.9%에 불과했으며 서비스·판매·단순 노무 종사자 등도 실제 비율보다 언급 비율이 낮았다.
또 전문직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기술이 많은 반면 단순 노무직은 부정적인 묘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달 급여가 최저 생계비라니"라는 말풍선이 쓰인 공장 노동자 삽화 등 생산직이나 기술·기능인에 대한 편견을 심어줄 수 있는 표현 10여건에 대해 고용부가 교육과학기술부에 수정을 요청했다.
공교롭게도 교과서에서 자주, 긍정적으로 묘사되는 직업은 중ㆍ고교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들과 거의 일치했다. 교과서에서 가장 많이 기술된 직업인 교사(90회) 의사(61회) 공무원(56회)은 중ㆍ고교생의 희망직업 1위(초등학교 교사) 2위(의사) 3위(공무원)와 정확히 일치했다. 희망직업 10위 안에 든 요리사 간호사 경찰 운동선수 연예인 등은 모두 교과서에서 11회 이상 기술됐다.
장명희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전문직 등 일부 직업만 자주 교과서에 기술되는 것은 청소년들이 이 직업군에 대해서만 인지하고 직업에 대해 편향적으로 생각하게 할 우려가 있다"며 "희망 직업에 선정할 때도 본인의 적성, 부모님의 의견 등이 영향을 미치지만 교과서에 긍정적으로 묘사된 직업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이 강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