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 통상장관이 20일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한다. 한중일 FTA가 체결되면 동북아시아는 인구 17억명, 국내총생산(GDP) 14조3,000억달러 규모의 거대 경제권으로 탈바꿈한다.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ㆍGDP 18조달러), 유럽연합(EUㆍGDP 17조6,000억달러)에 이은 세계 3위 경제권이다.
하지만 협상 타결을 위해선 상당한 난관을 이겨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우선 한일과 중일 간 독도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심각하다. 한일 FTA 논의가 2004년 이후 중단된 것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자국산업 보호를 내세워 한일 FTA 협상을 깬 전력이 있는 일본이 한중일 FTA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도 "중일 사이의 영토분쟁 등 정치외교적 문제 탓에 의미 있는 협상 진전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면서 "협상 개시 선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우리 정부도 한중일 3자 협상에 참여는 하되, 양자 협상에 좀더 중점을 두겠다는 생각이다. 통상교섭본부 동아시아FTA추진기획단 임주성 팀장은 "현재 협상이 상당히 진전된 한중 FTA를 우선 추진하고, 그 결과를 한중일 FTA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중일 FTA의 개방 정도는 중국과 일본이 국내 1, 3위 교역 대상국임을 감안, 한미 FTA와 같이 높은 수준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농축수산 등 민감 분야를 고려하면서도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FTA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중일 FTA가 득이 된다는 전문기관의 연구결과도 정부의 이런 방침에 힘을 싣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펴낸 '동아시아 통합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한중일 FTA가 체결되면 우리나라 GDP와 수출이 최대 각각 3.38%, 6.77%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한중일 FTA 발효 5년 뒤 한국의 실질 GDP가 개방 정도에 따라 0.32~0.4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KIEP 이창재 선임연구위원은 "거대 내수시장의 등장은 경기 침체로 수요가 잔뜩 위축된 동북아 시장에 활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한중일 FTA 협상결과를 동아시아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에도 반영하기로 했다. 아세안(ASEANㆍ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RCEP 참여국은 2015년 타결을 목표로 내년부터 협상에 들어간다. RCEP가 발효되면 GDP 기준으로 EU를 뛰어넘는 인구 34억명의 거대 시장이 형성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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