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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의 테크닉 논술] 일관되고 뚜렷한 주제의식 돋보이지만 부정확한 팩트 보이고 구체적 근거도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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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의 테크닉 논술] 일관되고 뚜렷한 주제의식 돋보이지만 부정확한 팩트 보이고 구체적 근거도 미흡

입력
2012.11.1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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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KSLV-1) 발사가 전국민적 관심사가 되다 보니 연기 소식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직 어린 학생으로서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 자체를 칭찬하고 싶다. 우주공학에 관심이 많은 학생인 것 같으니 앞으로 학업에 매진해 언젠가 해당 분야에서 선도적인 학자가 될 수 있기를 성장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럼 지금부터 학생의 글이 가진 장점과 단점을 하나씩 짚어보자. 먼저 일관되고 뚜렷한 주제의식이 눈에 띈다. 학생은 나로호 발사 연기와 그 원인 규명을 둘러싼 문제를 소재로 삼아 우리 우주개발의 현주소를 짚은 뒤 앞으로의 과제를 나름대로 제시하고 있는데 흐름이 비교적 자연스럽고 논지가 분명한데다 전체적인 구성도 나쁘지 않다. 중학생이 쓴 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글이다.

하지만 개선할 부분도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밟히는 점은 사실을 다소 부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단지 우리나라에서 발사한다는 의미만 있고 나로호는 러시아 것이나 다름없다"는 네 번째 단락의 문장 등이 그렇다. 물론 러시아가 1단 로켓(앙가라)을 만들고 그 완제품을 우리가 구매해 발사만 했다는 점에서 학생의 말도 분명히 타당성이 있다. 현 정부가 그 동안 이 사실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며 마치 우리 발사체인 것처럼 국민들을 현혹시킨 채 우주쇼를 벌여 왔다는 점에 대해서도 분명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2단 로켓을 한국이 개발했다는 점에서 나로호 시험발사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전혀 없지는 않다. "1단 로켓 역시 러시아가 개발하고 제작한 것"이 아니라 1단 로켓을 러시아가 개발하고 제작한 것이다. 또 마지막이 될 3차 발사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2021년을 목표로 잡아 놓은 한국형 발사체 KSLV-2 개발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애초에 실용발사가 아닌 시험발사였기 때문에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그 과정을 통해 배우는 바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나 언론처럼 시험발사를 할 때마다 볼썽사납게 호들갑을 떨 필요도 없지만 학생처럼 자기비하를 할 필요도 없다. "나로호처럼 발사하는 것에 급급해하기보다는 제작하는 과정에 좀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학생의 말이 별로 와 닿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학생의 자료수집 능력으로 보아 KSLV-2 개발 계획에 대한 팩트를 확인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KSLV-1과 달리 KSLV-2는 엔진 개발부터 전체 발사체 조립까지 100% 국내 기술로만 이뤄지는 3단형 우주 발사체다.

일곱 번째 단락에서 주장을 펼치면서 구체적 수치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것도 단점이다. 정부는 나로호에 10년 동안 약 8,500억 원을 투입했고 2021년까지 KSLV-2 개발에 1조5,000억 원을 들일 계획이다. 학생처럼 "선진국들의 투자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부족한 것인지, 왜 부족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수반되는 것이 더 발전적이다.

전체적으로 평가할 때 학생의 글은 자신의 주장을 강경하게 내세우는 데 반해 그 뒷받침작업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주장의 전제들이 사실과 사실 아닌 것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형국이라 위태로워 보이고 신뢰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아직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지 못해 저지르는 실수이니 앞으로 개선해나가면 될 것이다. 논리적 사고는 글쓰기뿐만 아니라 과학 연구에도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니 시간을 들여 천천히 단련하기 바란다.

메가스터디논술강사www.kihomatrix.com

★기고와 첨삭지도를 희망하는 중ㆍ고생은 약 2,000자 분량의 원고를 nie@hk.co.kr로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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