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자동차 철강 석유제품 등은 환율변동성 영향 거의 없어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영업이익이 연간 3,000억원 가량 줄어든다.”(삼성전자)
원ㆍ달러 환율 하락에 수출 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지만 아직 위기라고 하기엔 이르다. 더구나 반도체, 자동차, 철강, 석유제품 등 국내 수출 주력업종의 교역은 환율변동성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평균 원ㆍ달러 환율은 1,138.8원이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예상한 올해 연평균 환율(1,130원)보다 아직 10원 가까이 높다. 10월 들어 환율이 떨어져 평균 1,105원대에 머물고 있지만 길게 보면 아직 여유가 있는 셈이다. 현대차 예상대로라면 월 평균 1,120원대였던 2, 3, 9월만 빼면 현대차는 올 들어 환율 덕에 남는 장사를 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현대차는 내년 환율 예상치 역시 시장(1,076원)보다 보수적으로 잡아 환율 관리에 나선 상태다.
물론 급작스러운 환율 변동(level change)은 수출 기업에게 부담이겠지만, 앞으로 어느 정도 폭에서 움직일 것인가를 가늠하는 환율의 변동성(volatility)은 업종별로 다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한은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잠잠해진 2010년 10월 내놓은 ‘환율변동성의 수출에 대한 영향 분석’ 보고서를 최근 상황에 대입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환율변동성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를 결정하는 요인은 ▦환위험 헤지 정도 ▦흡수능력 ▦수입원자재 의존성 ▦다국적기업성 ▦자본 의존성 ▦제품 이질성 ▦생산조정의 용이성 등 7가지다. 이를 수출 업종과 품목에 따라 적용했더니 반도체, 자동차, 철강, 석유제품 등은 환율변동성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예컨대 자동차는 현지공장 및 판매망 확대로 인한 높은 다국적기업성, 높은 자본 의존성 덕에 환율변동성의 영향이 거의 없었다. 반도체는 높은 수익성으로 환위험 흡수능력이 뛰어난데다 규격화 덕에 제품 이질성도 낮았다. 철강과 석유제품은 수입원자재 의존도가 높아 환율 변동성의 영향이 없었다. 보고서는 또 “대부분 수출상품이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 등 신흥국가와도 경쟁하기 때문에 환율변동성으로 인한 수출 단가 조정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보고서는 정보통신, 가전, 기계, 화공, 경공업 등 수익성이 낮고 기업규모가 영세한 업종은 환율변동성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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