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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잔 들고 비틀스 음악 들으며 작품 감상··· 전시회서 파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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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잔 들고 비틀스 음악 들으며 작품 감상··· 전시회서 파티를”

입력
2012.11.19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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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장을 몇 분만에 훑어보고 나가는 데 대한 불편함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이 전시회는 당신을 위한 파티이다.”

설치미술 전시회가 진화하고 있다. 기존의 무겁고 엄숙하기만 한 갤러리 전시회에 싫증난 관람객들을 ‘기분 업’되게 해 주는 이색 전시회가 열렸다. 관람객이 전시회장에 들어서면 작품을 보기 앞서 일단 와인 한 잔이 제공된다. 또 작가에게 직접 작품 창작의도가 무엇인지 술잔을 들고 편하게 따져 물을 수 있는 권리도 주어진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정릉동 북한산 등산로 입구 한 켠의 작은 건물. ‘야릇한 충동’이란 제목의 설치미술전 관람을 위해 이곳을 들어서자 전시물을 설명하는 도슨트가 관람객들에게 다짜고짜 와인을 건 냈다. “작품을 둘러보라”는 그의 목소리에 끌려 전시회장을 돌아보려 했지만 바닥에 설치된 몇 안 되는 조명만으로는 작품의 윤곽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도슨트가 전시장에 불을 켠 건 관람객들이 어둠 속에서 신경을 곤두세워 작품을 본 뒤였다. 그는 작품 하나하나를 다시 보여주며 설명을 시작했다. 작품에 대한 의견이나 질문이 있는 관람객들과 즉석에서 토론도 벌어졌다. 저만치 떨어져 있던 작가 주호(49)씨가 직접 나서 관람객에게 작품의도를 설명하기도 했다.

주씨는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회를 갔다 관람객들이 한 작품 앞에 1~2분 정도만 머물다 전시회장을 서둘러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고 이번 전시회를 기획하게 됐다”며 “갤러리의 높은 문턱을 낮추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딱딱하고 지루한 기존 전시회에서 탈피하기 위해 전시회장에 배경음악까지 틀었다. 비틀즈 등의 친근한 팝송이 흐르는 작품전에는 간단한 먹거리도 준비돼 파티 분위기를 냈다.‘최고로 야릇한 복장을 한 관람객에게는 샴페인을 선물하겠다’는 이색 공약도 내걸었다. 도슨트는 미술 전공자가 아닌 작가 아내의 직장 동료들이 맡아 전시회 분위기는 한층 화기애애했다.

전시회장에서 만난 회화작가 유정진(46)씨는 “작품을 창작하는 수 개월간의 시간보다 갤러리에서 작품을 전시하는 1주일이 더 힘들게 느낀 적이 많다”며 “대중과 작가 모두가 즐기는 예술이 되기 위해선 기존 전시회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에로스’를 주제로 18개의 설치미술작품이 전시됐는데, 작품마다 하나같이 거울이 달려있었다. 관람객이 작품을 보기 위해 다가서면 거울에 반사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하는 것이 작가의 숨은 의도. 도슨트 김여일(28)씨는 “관람객도 작품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대학생 박선주(22)씨는 “기존 갤러리 전시회는 공부하듯 조용히 관람만 했는데, 내가 느낌 감정이나 생각을 작가나 도슨트와 터놓고 얘기 할 수 있어 좋았다”며 “작품을 내 마음대로 해석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야릇한 충동’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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