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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청소년 20만명, 경찰 통계엔 3만명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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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청소년 20만명, 경찰 통계엔 3만명 뿐

입력
2012.11.1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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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초 가출했다는 지훈(17ㆍ가명)군은 "사흘째 아무것도 못 먹었다"고 했다. 기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조건으로 "밥을 사 달라"고 했다.

지훈군은 친어머니를 본 적이 없다.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자주 때렸다. 고교 축구부 선배들의 기합도 견디기 힘들었다. 가정과 학교에서 안식처를 찾지 못한 그는 집을 나왔다. 함께 가출한 친구와 함께 식당에서 일을 해 돈을 벌려 했지만, 미성년자라는 게 들통나면 부모 동의서를 들고 오라고 했다. 그럴 수도 없었다. 그는 결국 인터넷 중고장터를 개설해 돈만 받은 뒤 계좌를 폐쇄시키는 사기 행각을 벌였다.

과거처럼 단순한 탈선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가출하는 청소년들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해 경찰 통계에 잡힌 가출 청소년은 2만9,281명. 이는 부모나 친권자가 신고한 경우다. 가출 청소년 대부분이 부모의 학대와 무관심 속에 거리를 떠도는 실정에 비춰보면 이 수치는 터무니없다는 지적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미신고 가출은 파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파악하는 학업 중단 청소년(이민, 유학 제외)의 수는 연 6만~7만명 정도. 학업 중단이 해마다 누적되고 복귀 비율은 14%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이도 실제 가출 청소년 규모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전 회장 송정근(51) 목사는 "정부 통계 어디서도 가출 청소년 규모와 실태를 찾아볼 수 없다"며 "15년 동안 청소년쉼터를 운영해본 체험적 수치로 적어도 10만명, 많게는 2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출 청소년은 1990년대 말 IMF사태 이후 급증했고, 경제위기에 따른 빈곤과 실업률 증가에 따라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다. 가정이나 사회에만 문제를 맡겨둘 수는 없다. 지훈군의 경우처럼 수많은 청소년들이 어쩔 수 없이, 먹고 살기 위해 범죄로 빠져든다. 가출 청소년을 만들고 그들이 범죄를 재생산하는 우리 사회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청소년쉼터를 운영하고 있는 유낙준(53) 신부는 "요즘은 초등학교 고학년들도 많이 가출한다"며 "교과부, 여성부 등 정부가 나서 실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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